wind

1편

신재생에 사회적 가치 입히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에 가면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 발전기가 군데군데 서 있다. 이 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바람의 세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곳의 풍력 발전소라고 해봐야 작은 마을 단위에서 1~3개 발전기를 돌리는 소규모 발전소다. 이 발전소들은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 돈을 모아 세운 곳이다. 이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는 마을에서 일부를 저렴하게 쓰고 나머지는 전력회사에 판다. 주민들 입장에선 필요한 전기를 자급자족하고 가욋돈까지 벌어들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최근 사람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친환경을 넘어 사회적 가치까지 만들어낸다. 새로운 금융기법과 만나 참여의 확대를 이끌어내면서 누구나 발전소 주변 지역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다. 고향 또는 연고지의 발전사업에 십시일반 자금을 대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거나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자선 및 후원까지 할 수 있게 됐다.

Crowd + Fund

신재생에너지가 새 부가가치 창출의 날개를 달게 된 금융기법은 크라우드펀딩이다. 이는 말 그대로 대중(Crowd)이 함께하는 기금(Fund)란 뜻이다.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재원조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소액단위로 재원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자금조달은 후원 또는 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출자가 금융 기관이나 자금력이 풍부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대출받는 형태와 구별된다. 크라우드펀딩의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비영리 형태로 기부형과 보상형, 영리 형태로는 지분투자형과 대출형으로 각각 나뉜다.

인프라

정부의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정책 타고 본격 기지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신재생에너지 크라우드펀딩이 최근 국내에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가속화 및 그린뉴딜 추진으로 본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는 이미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2016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7%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배인 20%로 높이기로 했다.

“202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설비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확대할 계획”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02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설비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 두 달 앞서 한국판 뉴딜의 두 번째이자 그린뉴딜의 첫번째 현장방문 일정으로 전북 부안 풍력발전 개발단지를 찾아 "2030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세 개 단지 124메가와트(MW) 규모의 해상풍력을 2030년에는 백 배 수준인 12기가와트(GW)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 7월 확정·발표한 국가 프로젝트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추진될 이 한국판 뉴딜을 위해 내년 정부 예산안에 무려 21조3000억원을 반영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이런 막대한 재정 투입과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생태계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이처럼 강한 만큼 공공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반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정부의 의지가 이처럼 강한 만큼 공공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반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민간 참여를 늘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그에 맞는 금융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규모 투자와 안정적인 수익 회수를 중시하는 전통 제도권 금융기관들로선 아직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큰 매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초기단계 산업으로 소규모 불안정한 사업추진 환경에 놓여 있어서다.

그 대안으로 새로운 금융기법 크라우드펀딩이 재생에너지 산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이처럼 지역사회 중심으로 추진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지역 주민을 포함 불특정 다수로부터 소규모 자금을 모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금융기법이다.

가능성

소규모 투자 등 매력에도 국내 아직 걸음마 수준

크라우드펀딩은 미국 및 유럽에서 국내보다 일찍 시작돼 훨씬 활발하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전 세계적으로 2012년 536개에서 2018년 약 2000개로 4배 가량 빠르게 성장했다. 그 중 신재생에너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곳은 40여곳이며, 현재까지 300개 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발굴 및 진행됐다. 최근에는 몰도바·조지아·세르비아·타지키스탄 등에서도 크라우드펀딩형 태양광사업이 추진됐다. 유럽연합(EU)이 후원하는 전자책(e-book) ‘크라우드펀딩 재생에너지’는 2018년 2월 기준 1000여명의 투자자가 개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총 1000만 유로 이상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한 해외 첫 사례는 지난 2013년 모자이크솔라(Mosaic Solar)가 추진한 미국 태양광 발전사업이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태양광 발전설비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돼 재원조달 24시간 만에 3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그 해 1년간 10여개의 프로젝트를 추진, 200만 달러 이상을 모았고 이후 전력 판매 수익금을 이윤으로 펀딩 투자자들에게 배분했다.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시민공모펀드 모금 및 운영사례

모집시기 2015년(총 8일간)
모집방식 모바일·온라인
모집금액 총 82억5000만원
가입자수 총 1044명(1인당 평균 약 790만원)
가입제한 1인당 1000만원 이하
투자대상 제1호 서울시민햇빛발전소 건설(지축·개화·도봉·고덕 등 지하철 차량기지 4개소)
발전규모 연간 총 5420MWh(서울 4인 가구 기준 1만7700여가구 1개월 사용량)
전력생산 100일간 총 1342MWh(서울 4인 가구 기준 4300가구 1개월 사용량)
판매규모 110일간 총 3억4000만원(전력거래소·남동발전·지역난방공사 통해 판매)

크라우드펀딩은 미국 및 유럽에서 국내보다 일찍 시작돼 훨씬 활발하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전 세계적으로 2012년 536개에서 2018년 약 2000개로 4배 가량 빠르게 성장했다. 그 중 신재생에너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곳은 40여곳이며, 현재까지 300개 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발굴 및 진행됐다. 최근에는 몰도바·조지아·세르비아·타지키스탄 등에서도 크라우드펀딩형 태양광사업이 추진됐다. 유럽연합(EU)이 후원하는 전자책(e-book) ‘크라우드펀딩 재생에너지’는 2018년 2월 기준 1000여명의 투자자가 개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총 1000만 유로 이상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한 해외 첫 사례는 지난 2013년 모자이크솔라(Mosaic Solar)가 추진한 미국 태양광 발전사업이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태양광 발전설비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돼 재원조달 24시간 만에 3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그 해 1년간 10여개의 프로젝트를 추진, 200만 달러 이상을 모았고 이후 전력 판매 수익금을 이윤으로 펀딩 투자자들에게 배분했다.

시너지

환경 친화적 에너지와 새로운 금융기법이 만나 상승효과

재생에너지는 전력망이 연계돼 있지 않은 지역에서 전력을 자체 생산·공급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이다.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소처럼 특정 지역에서 전력을 생산, 광범하게 구축된 연계 전력망를 통해 공급하는 중앙집중식 전원과 다르다.

“대규모 발전설비나 광범한 전력망을 갖추지 않아도 되니 무엇보다 지역 친화적이고 투자규모도 작다”

“소규모 투자라면 지역사회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단체·개인의 기부 유치도 한결 쉽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발전설비나 광범한 전력망을 갖추지 않아도 되니 무엇보다 지역 친화적이고 투자규모도 작다”며 “소규모 투자라면 지역사회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단체·개인의 기부 유치도 한결 쉽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공급의무화(RPS)나 보조금 성격의 인증서(REC) 구매 등 별도 지원제도로 부족한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점도 수익형 크라우드펀딩이 활용될 수 있는 요인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반면 전력 가격은 낮아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 비용의 회수기간을 너무 길다. 이런 요인은 국내 민간금융이 주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왔다. 이에 정부가 정책 지원 등을 통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정부 재원 만으로 재생에너지사업을 진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민간 자금조달방안이 필요하다.

이같은 영리 목적 외에도 공공의 수익을 고려하는 크라우드펀딩이 있다. ‘사회적 금융’으로 부르는 이런 형태의 크라우드펀딩은 기본적으로 친환경, 지속가능, 소외계층 지원, 지역사회 기여 등과 연결돼 환경·지역 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와 본질적인 공통점을 갖는다.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으로서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량의 계량화가 가능해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점도 재생에너지가 크라우드펀딩과 결합할 수 있는 요소다. 환경 등 사회적 가치 중시의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환경단체는 물론 투자기관들조차 사업의 환경 중시 목소리는 이미 투자의 방향을 결정할 정도로 커졌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의 확산도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높이도록 유인한다. ESG경영은 기업의 투자결정 때 그간 재무적 성과만을 보고 판단했던 전통 방식과 달리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도 중요 고려 사항으로 삼는 것이다.

확장성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 주민 수용성 해결 길 터

신재생에너지와 크라우드펀딩의 조합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 수용성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돼 정부가 가장 많이 대책을 고민한 부분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지난 2017년 1월부터 ‘주민참여 신재생 발전사업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태양광의 경우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사업도 시작했다. 지난 9월부터는 발전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투자금의 최대 90%까지 장기 저리로 융자 지원하는 ‘국민주주 프로젝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갈수록 성장하는, 또는 성장해야만 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한계가 있다고 당장 전통적 민간금융인 은행권의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높은 발전 단가, 저렴한 전력 가격 때문에 은행권의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고위험·저수익성 사업으로 분류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한계가 있다고 당장 전통적 민간금융인 은행권의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높은 발전 단가, 저렴한 전력 가격 때문에 은행권의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고위험·저수익성 사업으로 분류한다”고 진단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일반적인 국민 수용성은 높은 반면 실제 발전소가 입지하게 되는 지역의 주민 수용성은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발전소를 짓는 사업에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주민 수용성 강화 방안으로 눈독 들이는 이유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동기

지난 2018년 독일의 에너지 협동조합에 출자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설문 결과, 경제적 이익 공유는 세 번째로 높은 이유에 불과했다. 그보다 월등하게 높은 점수를 받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출자 동기는 재생에너지 보급 자체와 지역의 가치 창출이었다.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지역에 의미 있는 가치가 창출되고 이러한 일련의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에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뜻이다. 주민참여형 크라우드펀딩 모델은 경제적 이익 공유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갖는 친환경성, 지속 가능성, 지역 가치 창출 등 보다 큰 의미의 가치를 전해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대감

잠재력 많아 일부 보완하면 경제 이끄는 새 원동력 될 것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을 이끌 수 있는 여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신재생에너지 시장 참여자들의 재원 조달을 도울 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자를 에너지 금융업자 또는 에너지 생산자로 변환할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온라인 투자 플랫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셋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증진시킬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에너지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적극적인 정치적 지원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크라우드펀딩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크라우드펀딩이 신재생에너지와 시너지를 내는 사업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장기 채권의 형태를 갖는 신재생에너지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중간 회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안전하고 리스크가 낮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하는 소액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 상품과 같은 보호 장치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산업의 혁신인 신재생에너지와 금융 산업의 혁신인 크라우드펀딩이 만나 만들어낼 새로운 모델은 양 산업에서 깨어나지 못한 잠재력을 폭발시켜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있어서 크라우드펀딩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것”

학계 한 전문가는 “에너지 산업의 혁신인 신재생에너지와 금융 산업의 혁신인 크라우드펀딩이 만나 만들어낼 새로운 모델은 양 산업에서 깨어나지 못한 잠재력을 폭발시켜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있어서 크라우드펀딩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