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자사의 V30 스마트폰을 고급화한 ‘LG 시그니처 에디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7일 밝혔다. 이 제품은 300대 한정판매된다. 제공=LG전자 |
[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기자] "이 브랜드(LG 시그니처)가 반드시 안착돼야 한다. 여기에 거의 사활을 걸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CEO)이 LG전자의 수장이 되기 전인 지난해 3월 28일,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당시 LG전자는 자사 가전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LG전자 최고 경영진들이 직접 주도해 초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준비했다. 디자인도, 마케팅도 모두 LG전자 각 부문 최고 임원들로 구성된 디자인위원회에서 주도했고 결과는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조성진 사장은 LG 시그니처 제품인 올레드 TV,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외에 스마트폰 등 다른 제품으로 시그니처 브랜드를 확장할 계획이 당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반이 더 지난 12월 7일, LG전자는 마침내 LG 시그니처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됐다.
◇ ‘초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최고 사양 탑재
LG전자가 선보이는 ‘LG 시그니처 에디션’은 초 프리미엄을 표방한 만큼 최고의 사양과 소재를 담았다. 후면 커버는 명품 액세서리에 쓰이는 지르코늄 세라믹(Zirconium Ceramic)을 적용했고 고객의 이름을 레이저로 새겨주는 인그레이빙(Engraving) 서비스도 제공한다. 내부 램(RAM)과 저장용량도 각각 6GB와 256GB를 탑재해 LG전자 스마트폰 최고 사양을 갖췄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도 최신 버전인 안드로이드 8.0 오레오가 탑재됐다. Qi 규격의 고속 무선충전, LG전자의 모바일 결제수단인 LG페이도 지원한다. 또 IP68 등급 방수방진, LG전자가 자랑하는 32비트 쿼드 DAC, F1.6 표준화각 1600만 화소 카메라와 F1.9 120도 1300만 화소 광각 카메라도 V30와 동일하기 지원된다.
◇ 이통사 통한 판매 대신 자급제 판매 예상
▲지르코늄 세라믹 소재를 사용해 흠집에 강한 LG 시그니처 에디션의 후면. LG전자는 여기에 고객이 원할 경우 레이저로 이름을 각인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제공=LG전자 |
사양만 보면 자신만만해 될 사양이고, 이미 대성공을 거둔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입혔지만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에디션의 판매에 대해서 다소 ‘실험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수량이 300대 한정으로 제한된 것이다. 다른 LG 시그니처 제품들처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지 않는 점이 눈에 띤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지난해 1조 2000억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에도 70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그 결과 조준호 사장이 MC본부 수장에서 물러나게 됐고, LG 올레드 TV 성공의 공로자인 황정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MC본부의 새 지휘자가 됐다. 인적 쇄신은 이뤄졌지만 아직 스마트폰 사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황이기에 LG 시그니처 에디션을 주력 스마트폰으로 지속 생산하기에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기에 제품명에 ‘에디션’이라는 한정판 타이틀을 덧붙였다.
수량이 300개로 한정되기에 LG 시그니처 에디션은 이통사를 통한 판매가 아닌, 자급제로 판매될 전망이다. LG전자 내부에서는 "LG 시그니처 제품을 구매했던 고객들이 찾을 가능성이 크다. 그 고객들만 대상으로 판매해도 300대는 어렵지 않게 판매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하고 있다.
◇ 200만원대 가격에 300대 한정... 프리미엄폰 가능성 테스트?
아직 정확한 판매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LG 시그니처 에디션은 20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가격도 역대급으로 비싸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시그니처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론칭됐다. 그 성공체험을 스마트폰에도 이식하자는 목소리가 있었고, 희소성에 방점을 찍기 위해 300대로 수량을 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좋은 제품을 고가에 판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시그니처 에디션이 V30를 기반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가격 책정이 지나치게 비싸 보인다. V30의 정식 출고가격은 94만9300원이다. 내부 저장공간은 128GB로 늘린 V30 플러스도 99만8800원이다. LG 시그니처 에디션의 내장 램이 2GB 더 많고 128GB 저장공간이 더 있지만 V30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다른 LG 시그니처 제품들과 달리 2년~3년 주기로 교체하는 스마트폰 특성을 감안하면 프리미엄의 가치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은 300대 한정판매지만 반응이 좋으면 정식으로 ‘LG 시그니처’에 편입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적 개선이 시급한 LG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입혔지만 스마트폰에서 ‘명품 마케팅’, ‘프리미엄 마케팅’이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기에 안심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