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구성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경우 전자의 유사스핀(두 개의 부분 격자를 갖는 물질에만 나타나는 전자의 성질로, 전자의 스핀과 유사한 성질을 갖기 때문에 유사스핀이라 부름)이란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는 것은 기존에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 유사스핀을 정렬, 제어해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소자를 개발할 수 있는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물질의 벌집구조에 특정 방향으로 주름이 생길 경우 유사스핀이 그 방향으로 정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 원자가 주름진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물질인 흑린에서 유사스핀의 방향을 측정한 결과, 95% 이상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물질 속 전자의 유사스핀 방향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 기법을 직접 고안해 사용했다.
종전까지 반도체 기술에서는 외부 전기신호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했다면, 흑린의 독특한 성질인 유사스핀 정렬 현상을 활용할 경우 외부 전기신호로 유사스핀의 방향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보다 효율적인 정보처리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정렬현상은 고온에서도 안정적이고, 흑린의 두께와 무관하게 나타나기에 더욱 활용성이 높다.
연구팀은 유사스핀 반도체의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로 유사스핀 반도체를 이용하여 유사스핀 거대자기저항효과(전자의 스핀 정렬방향에 따라 높은 자기저항비가 나타나는 현상, 하드디스크 등에 활용) 발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근수 교수는 "유사스핀 반도체는 자성 반도체의 유사스핀 버전"이라며, "자성반도체의 발견이 스핀트로닉스 분야를 개척한 사례에 비춰 볼 때 유사스핀 반도체의 발견은 ‘유사스핀트로닉스’라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의 신생 분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 해외대형연구시설활용지원)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지(Nature Materials)에 2월 4일 게재됐다.
▲ 유사스핀 반도체가 발견된 흑린의 결정 구조 |
▲ 유사스핀 정렬과 방향 제어를 이용한 반도체 소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