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극좌 미풍'에 그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조국혁신당 돌풍이 심상찮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슬로건이 현실화되면서다. 지난 16~18일 진행된 한길리서치 '비례대표 정당 투표의향'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29.8%를 얻었다. 반면 민주당 연합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7.9%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실시한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도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비례대표 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는가'라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이 30.2%, 더불어민주연합이 19.2%를 기록했다. 거대 양당 사이 30% 안팎 지지율은 사실상 중도층 대거 합류 없이는 설명되기 어려운 수치다. 실제 이들 민주당계 정당 비례 지지율 합산은 40% 후반대로, 민주당 30%대 지지율을 크게 추월했다. 이와 관련,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도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대안이나 보완재 역할을 넘어서는 흐름까지 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는 조국혁신당이 지난 21대 총선 열린민주당의 '확장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정치권 대부분의 시각과는 전혀 다른 국면이다. 심지어 조국 대표 본인마저도 지난달 13일 창당선언에서 “민주당보다 더욱 진보적인 정당, 민주당보다 더 빨리 행동하는 정당, 더 강하게 싸우는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며 “모든 지역구에서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중도층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조국혁신당이 자신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돌풍'을 탄 것은 도덕성, 이념성, 참신성 등 세 가지 부분에서 '반사 이익'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우선 '도덕성' 부분은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2심까지 실형을 받은 조 대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조국혁신당 확장력의 최대 한계점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 관련 대장동·코인·돈동투 의혹과 여권 '50억·김건희' 특검 이슈가 번갈아 국면을 장식하면서, '부패 논쟁'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가 고조된 상태다. 보수 색채가 짙은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지난해 12월 SNS에서 “이재명 수사도 이젠 법원의 판단에 맡기고 정치는 본연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홍 시장은 특히 이를 '조국 수사'에 비유해 “지난 대선 때 조국일가 수사를 '가족 대표만 수사하지 전 가족을 몰살하는 과도한 수사'라고 했다"며 “우리 측 인사들이 벌떼같이 나를 비난하는 것을 본 일이 있었는데, 수사원칙을 말한 것이지 조국을 옹호 하고자 한 것은 아님에도 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간 것은 참으로 유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념 영역'에서도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못지않게 극단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춘천 유세에서 “몇 년 전 그 서슬 퍼런 박근혜 정권조차도 우리가 힘을 모아 권좌에서 내쫓지 않았느냐", “이번 총선은 국민이 주권자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날"이라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론을 시사했다. 이는 김용민 의원 등 당내 친명계 의원들이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주장이다. 당시에도 당 지도부는 크게 제지하지 않았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지난 18일 시사인 유튜브 방송에 함께 출연한 조 대표가 “저희랑 정세 인식이 똑같아서 나중에 명예당원으로 모셔야겠다"고 발언하자, “이중 당적은 안 되니까 명예당원 좋다"며 공감을 표한 바 있다. 다만 박 전 원장은 이 발언이 당 지도부 등에서 문제시 되자, 이날 SNS에서 “부적절했다니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모든 반윤(반윤석열)세력이 연합해서 200석을 확보하자는 충정"이라고 덧붙였다. 총선 공천도 민주당은 '내란 음모' 등 혐의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 진보당과 연대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의석 일부를 진보당에 할당하고, 일부 지역구에서는 이른바 '양보 단일화'를 추진했다. 다만 이 결정이 당원들이나 지역구 후보자들과 협의 없이 추진되면서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이 탈당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비례공천을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진행했다. 그 결과, 박은정 법무부 전 감찰담당관, 이해민 구글 전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가수 리아(본명 김재원) 등 상징성, 전문성, 다양성 측면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당선권 안에 배치됐다. 특히 조국혁신당 비례 지지율이 민주당 위성정당을 제외하고도 국민의힘 위성정당에 육박한 것은 '신당' 이미지 경쟁(참신성) 부분에서 제3지대 정당들을 누른 결과로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등이 추진한 신당은 연초까지도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면서 거대 양당에 실망한 중도층을 대거 흡수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이들은 통합 과정에서 이해득실이 얽힌 날선 신경전을 주고받다가, 지지층 동의 과정이 없는 통합을 급속도로 추진했다. 결국 이후 해산까지 이르는 장면이 '정치공학적'으로 평가되면서 '중도층 이반'의 결정적 트리거로 작용한 셈이다. 통합이 깨진 현 개혁신당 비례 지지율은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4.1%,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4.4% 수준에 머물렀다. 민주당계 신당으로 탈바꿈한 새로운미래 역시 한길리서치 2%, 조원씨앤아이 3.3%를 득표해 아예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비례 의석을 1석이라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당 득표율 3%이상을 얻어야 한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조사는 모두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방식은 한길리서치가 유선 전화면접(10.3%), 무선 ARS(89.7%)를 병행했고 조원씨앤아이가 무선 ARS(100%)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한길리서치 5.5%, 조원씨앤아이 4.0%다. 조사의뢰자는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