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국무총리·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정·대 리더십이 사실상 '진공 상태'에 놓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대승에 따른 '그립'을 본격적으로 잡는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들을 21대 국회가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추진에 정부 여당의 동참을 촉구한다"며 “총선 민심을 받들겠다고 했던 국민과의 약속이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제안한 민생 회복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님의 전향적인 말씀 환영한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민생 회복 조치를 검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날 윤 원내대표는 민생 회복 지원금 등 제안에 “예산 마련 방안을 고민해야 하니 아마 정부가 그게 실현 가능한 이야기인지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여당이 총선 패배 후 의사일정을 방치하고 있다"며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21대 국회의 임기가 아직 40일 넘게 남았다. 산적한 민생법안을 감안하면 본회의는 최소 2회 이상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들만 해도 1만 5000명이 넘는다. (피해자들은) 관련 법 개정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데 다음 국회로 미루면 최소 5∼6개월이 또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총선 과정에서 약속한 간호법 등도 있다"며 “본회의에 부의된 채상병특검법과 이태원참사특별법도 꼭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당은 21대 국회 내내 상임위를 파행하며 국회 무력화 시도를 해왔다"며 “법사위를 장악해 모든 법안의 처리를 막는, 있을 수 없는 일도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지막 한 번은 협조해 달라. 21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당부했다. 다만 이에 대응해야 하는 여권은 '리더십 전열' 재정비에 여념 없는 모양새다. 5선 고지에 오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청문회와 동의 절차가 필요한 후임 국무총리 인선을 미루고 비서실장부터 신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새 총리는 새로운 국회와 일을 하게 될 텐데, 옛날(21대) 국회의 동의를 받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라며 “급한 건 비서실장과 사의를 표명했다는 대통령실의 참모들을 임명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뒤에 총리를 비롯한 일부 개각도 있을 거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조급하지 않게 비서실장 먼저 임명했으면 좋겠다"며 “비서실장, 정무수석 먼저 임명해서 여야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이날 4·10 총선 수도권 낙선자들을 비롯한 원외 조직위원장 100여명과의 간담회에서 당 수습과 관련,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더 빨리 당을 수습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저앉아 있을 여유가 없다", “국회 상황이나 민생경제 상황을 봤을 때 우리가 머뭇거릴 여유가 없어 보인다" 등의 표현을 거듭 강조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