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법이 개정돼야 완성될 수 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계획대로 잘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헌승 의원의 질문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법률에서 근거가 명확해야 효과적으로 (이전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산업은행이 본점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는 산업은행법을 개정하는 게 관건이다. 이는 정치적 과제이고, 국회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번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산업은행 이전'이 단연 화두였다. 이와 관련해 법 개정 열쇠를 쥔 정치권은 서로 입장이 갈렸지만,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부분은 방점을 찍었다. 이 문제는 여당 대표 의중에 이목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처럼 당 대표 뜻이 가시화된 적은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연일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게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아닌가. 그런 사람이 어떻게 부산 발전을 이야기하나"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 그 파장은 컸다. 지난달 30일 김민석 최고위원은 한 대표를 겨냥해 “산업은행 이전 정지 작업은커녕 오세훈 서울시장도 산은 노조도 설득 못 하면서 왜 민주당을 탓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그렇게 원하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든 금정 침례병원이든 언제든지 얼굴 보고 문답에 응해드리겠다"며 “부울경 산업금융법과 금정 공공침례병원은 민주당이 만들겠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한 대표는 못한다"고 했다. 여야가 극한 대치 상황이지만, 어쨌든 정치권은 이번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부산에 소구력이 있는 이슈에 적어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때를 같이 해 부산시가 산업은행 이전 민관협력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함께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5000억원 규모의 '녹색펀드'도 조성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산업은행 이전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내달 중으로 킥오프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6월 구성한 TF에서 산업은행이 빠져 있었다. 산업은행이 TF를 회의를 참관하는 정도였다"면서 “이번에는 산업은행의 참여 의사를 묻고, TF 초기부터 부산시와 함께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산업은행의 TF 참여는 낙관적이다. 최근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의 실질적인 효과가 날 방안을 강구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조직 개편을 통해 부산에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여야 지역 정치권 참여도 확정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과 이헌승 의원,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TF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TF 구성과 함께 산업은행과 올해 중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펀드 조성도 논의 중이다. 부산시와 산업은행이 논의 중인 펀드는 지역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녹색펀드'(가칭)다. 부산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투자자 모집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모펀드와 자펀드를 합쳐 5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부산지역 경제계 인사는 “20~21대 국회에서 여야 8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산업은행 본점의 지방 이전에 찬성했다"며 “최근 보궐선거 때 여야 지도부가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에 이전하겠다고 스스로 공언했고, 부산시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민관협력 TF를 꾸리는 만큼 기대가 된다"고 했다. lee66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