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역내 유통 제품에 대한 에코디자인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디지털제품여권(DPP)의 형태로 제공토록 하는 법안이 발효돼 우리 기업들이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1일 발표한 'EU 에코디자인 규정 발효에 따른 시사점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이 오는 18일 정식 발효돼 앞으로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EU 시장 진입이 제한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코디자인 요건은 내구성, 신뢰성, 수리용이성, 재활용가능성, 예상 페기물 발생량, 탄소발자국 등 성능기준이다. DPP(Digital Product Passport)는 데이터 이동매체를 통해 에코디자인 요건(수리성, 내구성, 탄소발자국 등), 공급망정보, 우려물질 정보, 재활용 및 폐기방법 등 제품 전주기 정보를 담아야 한다. 동 규정은 EU가 2019년 제시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에너지자원 효율성을 제고하고 폐기물 생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라 앞으로 자동차, 식품 등을 제외한 EU 시장에서 출시되는 모든 물리적 품목(Physical goods)은 △내구성(Durability) △수리 용이성(Repairability) △재활용 가능성(Recyclability)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등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또 이러한 정보를 담은 디지털제품여권(DPP)을 제품에 부착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벌금 혹은 퇴출 등의 제재가 주어진다. EU는 추후 품목별로 세부 이행규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2027년부터 우선순위 품목군으로 제시된 섬유, 철강 등을 중심으로 본격 적용해 향후 모든 품목으로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추후 제정될 EU의 품목별 이행규칙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주요 원자재 및 부품의 에코디자인 요건 준수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2026년부터 의류 및 신발에 적용되는 미판매 제품 폐기금지 의무가 전자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매되지 않는 제품의 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업계의 재고관리 방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황준석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업계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며 “재제조, 재활용 등에 우리 기업들이 빠르게 대응한다면 경쟁 기업보다 유리하게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