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의 국내 판매 실적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레저용차량(RV)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상용차를 제외한 올해 상반기 판매에서 RV가 세단의 2배에 육박할 정도다. 전체 판매 성적은 작년과 비교해 떨어졌지만 고부가가치 차종 위주로 영업에 돌입하며 수익성을 확보해나가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내수에서 세단 8만5045대, RV 12만824대를 각각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만 해도 세단(12만1968대) 실적이 RV(11만9367대)를 앞섰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전통적으로 RV 판매 비중이 높았던 기아 역시 올해 들어 그 격차가 더 커진 모습이다. 기아는 지난 1~6월 국내에서 세단 7만2300대, RV 17만9517대를 판매했다. 작년 성적은 각각 8만9772대, 16만7369대였다. 현대차·기아를 합산해보면 올 상반기 RV(30만341대)를 세단(15만7345대) 보다 2배 가까이 많이 팔았다. 그랜저, K8 등 세단 모델이 노후화한 반면 싼타페 등 SUV는 신차가 나오며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카니발, 스타리아 등 다목적차량(MPV) 수요 역시 늘어났다. 다만 과거 몇 년간 양상을 살펴보면 최근 RV에 대한 선호도가 확실히 높아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현대차 세단 판매는 30만7090대로 RV(21만3927대)를 앞질렀다. 기아는 이 시기 세단(22만7987대)과 RV(26만648대)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2021년에도 현대차에서 세단(22만3741대)이 RV(21만33대)보다 소폭 많이 나갔다. 업계에서는 캠핑, 레저 등 야외활동을 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SUV의 승차감이 세단을 따라잡으면서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본다. 코나, 셀토스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엔트리급 SUV 선택지가 대거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가 2010년대 중반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따라 SUV 신모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당시 베라크루즈, 모하비 등을 단종시키며 세단 개발에 몰입했지만 전세계적으로 SUV 인기가 높아지자 뒤늦게 전략을 바꿔 싼타페, 쏘렌토, 팰리세이드 등 개발에 '올인'했다. 반대로 세단 선택지는 크게 줄었다. 현대차는 세단에서 'PYL 브랜드' 등을 단종하며 현재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아이오닉 6를 판매 중이다. 반면 RV 모델 수는 캐스퍼, 베뉴, 코나, 투싼, 아이오닉 5, 넥쏘,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8개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세단보다 대당 단가가 높은 편인 RV 수요가 늘며 현대차·기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별도로 집계되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적은 올해 상반기 6만7794대로 전년(6만9239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원인으로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에 따른 이익 증가를 꼽았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현대차·기아 내수 시장이 부진했고 작년 11월부터 전년 대비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달부터는 소폭 회복될 것"이라며 “환율, 원재료 가격 하락, 북미 판매 비중 및 SUV 판매 비중 증가 등을 고려할 경우 2분기도 양호한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