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 출현이 주목 받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보수정당의 텃밭인 대구를 기반으로 한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이 생길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하고 있는 호남권에 뿌리를 둘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신당 창당 바람’이 두 거대 야당 체제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이재명 대표 체제를 정면 비판하며 신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다당제 실현을 위해 내년 총선에서 선거제가 현행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그는 신당 창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다"며 "국가를 위해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제3지대에 대해서는 "그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이 전 대표가 총선을 5개월도 남기지 않고 신당 창당에 여지를 남기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정치적 보폭을 위한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게 되면 호남 지역의 친문재인(친문)계 인사들과 합류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나온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여당발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대구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어 지지자를 만나는 등 본격적인 신당 창당 행보에 나섰다. 그는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해 2030 세력을 중심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윤석열(비윤)계’ 영남권 컷오프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이 전 대표가 ‘이삭 줍기’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이준석 전 대표도 가능성을 열어 놓은 입장이다. 그는 지난 2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총선 공천이 불가능해졌다고 제가 그분들에게 어떤 제안을 하거나 포섭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에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으시다면 연락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원내외 당협위원장들과 정무적인 만남을 지속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두 신당 추진은 지난 대선에 이어 내년 총선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 ‘비호감 경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됐다.실제 뉴스토마토가 지난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양당의 존립 근거가 상대 당에 대한 비호감이라고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한 응답층(355명)의 84.9%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국민의힘을 지지하거나 무당층에 머물러 있는가’라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층(421명)의 82.9%도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마음에 들지 않아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무당층에 머물러 있는가’다에 ‘그렇다’고 응답했다.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비중도 높아 신당 창당 시 무당층을 포용할 수 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주 성인 유권자 1001명을 조사해 27일 발표한 11월 넷째 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당층 응답자 비율은 10.4%가 나왔다. 한국갤럽의 11월 넷째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7%로 집계됐다.두 신당이 가시화할 경우에는 거대 양당 체제 변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결과 독자 또는 연합해 원내 교섭단체가 구성될 경우 정치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신당 창당의 경우에는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현역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도 높게 보인다"며 "현재 제3지대 신당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빅텐트가 만들어지면 이준석의 신당에 융합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다만 거대 양당의 견제 속에 신당들이 찻잔 속의 미풍으로 그칠 우려도 나왔다.이 평론가는 "이낙연의 경우 신당을 만들기는 할 수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비명계 중에서 이낙연계가 일부 갈 수 있겠지만 비중이 낮다"며 "그렇다고 남아있는 비명계가 합류할 가능성도 낮을 것"이라고 짚었다.ysh@ekn.kr이준석(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과 이낙연(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