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넘게 진행된 국민의힘 총선 공천 과정에서 30~40대 청년, 정치신인, 여성이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행하는 '텃밭'에선 50대 이상 남성 현역 의원들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기득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청년, 정치신인, 여성 등은 험지나 격전지 등에 내몰리는 분위기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날까지 확정된 공천 후보자 132명 가운데 30대는 3명, 40대는 15명이다. 20대는 없다. 비율로 따지면 30∼40대 청년 후보가 약 14%다. 청년 후보들의 지역구는 대부분 '험지' 또는 '격전지'다. 서울이 8명, 경기 5명, 광주 1명, 세종 1명에 전체의 83%인 15명이 배치됐다. 배현진 의원(송파을)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용인갑)을 제외하면 모두 국민의힘 현역이 없는 열세 지역이다. 나머지 청년 후보 3명이 고령·성주·칠곡(정희용 의원), 해운대갑(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무비서관), 경산(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영남권에 배치됐다. 여성 후보는 132명 중 12명으로 약 9%에 불과했다. 이들 12명 중 5명(42%)은 전·현직 의원이다. 정치 신인들도 대부분 험지로 배정됐다. 당이 영입한 인물들의 지역구는 박은식(광주 동남을), 김효은(경기 오산), 전상범(서울 강북갑), 이상규(서울 성북을), 호준석(서울 구로갑), 이수정(경기 수원정) 등 야권이 강세인 지역이 대부분이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권 '양지'는 현재까지 26명의 공천이 확정됐다. 이 중 90%에 육박하는 23명이 50대 이상이다. 영남권 공천 확정자 26명 중 현역 의원은 20명이다. 윤재옥·박대출·윤영석·김도읍(3선), 강기윤·이만희·추경호·윤한홍·정점식(재선), 권명호·김미애·정동만·강민국·서일준·박수영·최형두(초선) 등이다. 수도권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 평가받는 강원·충청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원 지역 공천 확정자 5명 중 4명(4선 권성동, 재선 이철규, 초선 유상범 박정하)이 50대 이상 현역이다. 충청권 공천 확정자 16명 중 15명도 50대 이상이다. 정우택·정진석·이상민(5선), 박덕흠·이종배(3선), 성일종(재선), 엄태영·장동혁·윤창현(초선) 등 현역이 9명으로 56%를 차지했다. 청년·신인·여성이 험지로, 50대 이상 남성 현역이 '텃밭'으로 배정되는 데는 당이 놓인 현실과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에서 이겨 의석수가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국회 권력 지형을 바꾸는 게 최우선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천 갈등을 최소화할 '시스템 공천'을 운영하다 보니 조직과 인지도에서 앞서는 '50·60대 남성 현역'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공천 기조가 막판까지 유지될 경우 속칭 '꼰대남(男)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같은 인식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정치개혁 차원에서 강조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의원직의 사회·경제적 혜택을 줄임으로써 특권을 향유하려는 기성세대가 아닌, '공공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정치 신인들에게 문턱을 낮춰주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선 아직 공천이 결정되지 않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전략공천이나 현재 검토 중인 국민추천제를 과감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