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하위 20%' 통보를 본격화하면서 비이재명(비명)계의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민주당 출신 전직 총리와 국회의장까지 '불공정 공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공천 파열음이 심화하고 있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공천 심사 과정에 문제의식을 갖고 집단행동 여부 등을 검토하는 등 공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이재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만나 하위 20% 통보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된 사태에 우려를 표명했다. 김 전 총리 측은 “최근 이 대표의 불공정한 공천에 대한 강력한 유감 표시와 공정한 공천을 촉구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정세균 전 총리는 미국으로 출국해 참석하지 못했으나 뜻을 함께한다고 동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전 총리와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 '원칙과상식' 의원들의 탈당이 가시화했던 지난해 말 이대표를 만나 당의 통합과 단결을 당부한 바 있다. 총선이 다가올 수록 당에서 공천 관련 파열음이 커지자 다른 원로들과 함께 이 대표에게 거듭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직 총리와 원로들까지 불공정한 공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공천 학살'에 대한 논란이 야권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당내 공천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 듯 의원총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위 20%에 포함된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재까지 민주당 의원평가에서 본인이 하위 10% 또는 20%에 포함됐다고 스스로 공개 주장한 의원은 비명계 국회 부의장인 김영주 의원(4선·서울 영등포갑) 과 박용진(재선·서울 강북갑)·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송갑석(재선·광주 서갑)·박영순(초선·대전 대덕)·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 의원 등 6명으로 늘었다. 송갑석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제 오후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전화해서 하위 20%에 포함됐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비명계를 겨냥한 '공천학살'이라고 주장하며 “개인한테는 굉장히 치욕스럽고 모욕스러운 일이지만 이례적으로 스스로 공개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인정하는 300분의 2에 든 사람이 민주당에서는 하위 20%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전화가 왔다"며 “본인도 웃으시면서 '저는 잘 모른다. 그냥 (평가 결과) 통보만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모든 패널티를 다 받아들이고도 경선을 해서 가겠다"며 “평가는 그 채점표를 들고 있었던 몇 분이 하는 게 아니라 당원과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당 잔류 의지를 내비쳤다. 민주당 내 친문재인(친문)계 의원을 중심으로 집단행동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친문계 일부 의원들은 전날(20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 4선 중진인 홍영표 의원을 주축으로 모인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 사천 및 비명 공천 학살 논란 등에 대한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과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 등 문 전 정부 장관·청와대 참모 출신 현역 의원들 일부가 비공개로 오찬 회동을 했다고 전해졌다. 홍영표 의원을 비롯한 친문 인사들까지 비공개 만찬을 진행하며 '친문 집단행동'을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하위 20%에 포함된 친문·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2선 후퇴' 등을 주장하며 집단 탈당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비명계 공천 학살', '찍어내기 공천' 등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공관위 4차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공관위는 당이정해놓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공천하고 있다. 모든 공천 심사는 나의 책임하에 이뤄지고 있다"며 “내가 아는 한에는 비명계 공천학살은 없다"고 일축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