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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美, 1조3000억 보조금 삭감 우려… K-배터리 ‘비상경영’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예고된 업황 악화에 대비해 국내 배터리 3사가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로 K-배터리의 악재가 예상된다. 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K-배터리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하순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기수 최고 인사책임자(CHO) 명의로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전사 차원의 위기 경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LG엔솔은 비용절감을 위해 임원 해외 출장 시 8시간 미만 거리는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했다. 출장 규모를 최소화하고 화상화의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한 일부 신사업 및 신기술 분야를 제외하고 신규 증원 대신 내부 인력 재배치하며 조직 효율화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지난해 7월부터 조직을 효율화하고 흑자전환을 달성할 때까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SK온은 흑자 달성 때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고 임원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2021년 출범 이후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대내외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임원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며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올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K-배터리 3사의 버팀목이었던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그동안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공략이 느슨한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왔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목표한 생산 능력을 합산하면 북미 지역에만 연 600GWh(기가와트시) 이상으로 집계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현대차를 비롯해 GM, 스텔란티스, 혼다, 포드 등과의 합작법인(JV) 설립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IRA 시행으로 인한 수혜가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3사의 AMPC 보조금 규모는 지난해 1~3분기까지 합계 1조3787억원 규모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조1027억원으로 가장 큰 혜택을 봤고, SK온도 2111억원, 삼성SDI도 649억원 수준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AMPC 보조금 예산 폐지 혹은 축소 등을 공약으로 밝혀왔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4조원 규모로 예상됐던 국내 배터리 3사의 보조금 수령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K-배터리가 정책 변화로 미국 공략이 어려워지는 동시에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공세에 완전히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동안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19.8%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23.5%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0% 점유율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13.8%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1.6%로 줄었다. 같은 기간 SK온도 5.1%에서 4.5%로, 삼성SDI도 4.7%에서 3.7%로 점유율 축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는 점유율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과시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은 2023년 36.2%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6.8%로 소폭 성장했다. 글로벌 2위인 중국 비야디(BYD)도 15.9%에서 17.1%로 점유율 개선에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 기간 동안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비용 절감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며 “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효성화학 지원 나선 효성티앤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나올라 ‘전전긍긍’

화학산업의 업황 악화로 위기에 처한 계열사인 효성화학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효성티앤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서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통과해야하는데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탓이다. 16일 산업권에 따르면 효성티앤씨와 효성화학은 오는 23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영업 양수·양도를 확정한다. 효성티앤씨는 지난달 12일 효성화학으로부터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임시 주총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영업 양수도는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대상이다. 때문에 효성티앤씨·화학 모두 이번 임시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추진할 수 있다. 영업 양수도의 경우 주총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통상 매각하는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이후 해당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당초 효성화학도 특수가스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이후 자회사를 설립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이 경우 인수자가 연결기준 3조1782억원에 달하는 효성화학의 전체 부채 중 일부를 연대보증해야 했기에 원매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에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수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효성티앤씨도 효성화학의 대규모 부채를 연대보증하기가 어려워 주총 특별 결의가 필요한 영업 양수도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효성티앤씨·화학의 최대주주인 ㈜효성은 양사의 지분을 각각 41.63%와 52.32%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형 변수가 없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인 특별 결의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최근 주가가 하락해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티앤씨는 22만6713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주들에게 부여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분할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되사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활용하는 주주들이 많아질 경우 회사의 자금이 크게 빠져나가게 된다. 최근 효성티앤씨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지난 14일에는 22만75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매우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효성티앤씨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이 기간 주가가 더욱 떨어질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주주가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 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여야 하기에 생각지 못한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효성티앤씨의 주요 사업인 스판덱스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쟁사의 증설로 공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계열사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해 궤도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효성티앤씨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권 관계자는 “효성티앤씨도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아 외부 차입을 통해서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차입 이자와 주식매수청구권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힘든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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