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이후 여권과 반목을 이어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이 1시간여만에 이를 즉각 수용했다. 이로써 윤 총장은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뒤 취임한 22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검찰에서 제 역할을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나라를 지켜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데 온 힘 다하겠다"면서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1시간여만에 즉각 수용했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브리핑에서 "윤 총장 사표가 법무부에 접수됐고, 앞으로 사표를 수리하기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지난 2019년 7월 25일 제43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하며 정부·여당과 사이가 틀어졌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에는 징계 등 윤 총장을 직접 겨냥한 조치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여당을 중심으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등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
윤 총장의 사퇴설은 전날 대구고·지검 방문 후 전격적으로 불거졌다. 윤 총장은 주변 측근들에게 "그만둬야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을 멈추는 것 아니냐"며 사의표명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반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윤 총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정례 브리핑에서 "저는 윤 총장이 임기 내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받들고 국민 여망인 검찰개혁을 잘 완수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윤 총장의 행태를 보면 ‘정치를 하려나 보다’ 하는 느낌은 있었다"면서도 "(사의를 밝히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장관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법무부는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오늘 14시경 검찰총장의 사직서를 제출받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윤 총장의 사퇴를 비난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에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어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 왔다"고 비난했다.
반면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이 정권은 자신들이 세운 ‘검찰개혁의 적임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인사폭거로 식물총장을 만들다 못해 아예 형사사법시스템을 갈아엎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헌정사를 새로 쓰며 공수처를 탄생시켰고,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중수청마저 급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총장 사임으로 대검찰청은 직무대행 조남관(56·사법연수원 24기) 대검 차장장검사가 맡게 된다. 조 차장검사는 지난해 윤 총장의 징계 사태 때도 두 차례 총장 직무대향을 수행한 바 있다.
min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