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4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LG와 배터리戰 마침표 찍은 SK ‘LG 지우기’ 전력 질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12 16:22

파우치뿐인 사업구조 개편 필요...LG 배터리와 차별화 차원



'배터리 분쟁'에 계약 미뤄온 고객사 신뢰 회복 절실



'불확실성 제거' 긍정적..."더 큰 성장 통해 저력 보여줄 것"

2021041201000552400023181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전기차용 파우치형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극적으로 화해하며 ‘기사회생’한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 사업 부문이 ‘LG 지우기’를 통한 자기만의 색깔 구축에 나선다. 이번 합의를 통해 대외적으로는 SK가 LG에 로열티를 지급하며 배터리를 만드는 모양새가 된 만큼 파우치형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송전을 벌이는 사이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던 현지 고객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도 ‘LG 지우기’ 작업의 일환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작업과 맞물려 사업구조 다각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파우치형 제품 생산에만 주력해왔는데, 각형·원통형 등 다른 모양의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파우치형 배터리 기술력을 두고 LG와 정면승부를 벌여온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이날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 합의를 통해 배터리 사업 성장과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에 맞춰 추가 투자와 협력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우리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더 큰 성장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자"고 강조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소송 합의로 (SK가) 향후 사업 불확실성은 제거했지만 파우치형에만 집중된 사업구조는 아쉬운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맞물린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그간 파우치형 제품을 중심으로 수주량을 늘려왔는데, 최근 각형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이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 배터리의 80%를 각형으로 교체하겠다고 선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간 SK는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납품해왔다.

‘배터리 분쟁’에 계약을 미뤄온 고객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도 ‘LG 지우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 포드 등은 그간 SK가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 탓에 추가적인 납품 논의를 하지 않아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SK 눈앞에 닥친 최대 숙제는 사실상 멈춰있던 미국 내 영업 네트워크를 다시 회복하는 일"이라며 "이후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는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LG와 가격·제품력 등에서 차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SK가 파우치형 배터리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것도 약점으로 부각되는 분위기인데, LG를 넘어서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통형은 미국 로컬업체들과 신규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각형은 유럽 메이커들이 선호한다는 점에서 좋은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LG와 SK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영업비밀 침해·특허권 등을 두고 진행해온 소송을 모두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SK는 이를 위해 LG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양사는 ‘배터리 분쟁’을 매듭지으며 소송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LG는 배상금을 손에 쥐었고, SK는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활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SK가 미국에서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진출을 강행하기 위해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 LG와 SK의 합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SK 내부에서는 배터리 부문 실적 개선에 대한 압박이 상당히 커졌다고 전해진다.


yes@ekn.kr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