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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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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녹색보증, 에너지금융으로 제 역할 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20 10:00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김성훈 신재생 실장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탄소중립이 전세계적인 화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20여개 나라가 2050 탄소중립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지난해 연차 서신에서 "블랙록은 화석연료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이 25% 이상인 기업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필수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유수의 투자회사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이행리스크 대응은 아직까지 미흡하다고 한다. 석탄발전, 1차 금속 등 고탄소산업에 대한 위험노출액 규모가 지난 2014년말 375조원 규모에서 지난해말에는 411조원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5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최고경영진의 관심은 비교적 높지만 모호한 개념, 추가비용에 대한 부담 등으로 대기업 조차 이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사정은 어떨까. 많은 기업들이 투자금 확보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탄소 업종에서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친환경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싶지만 막상 금융권에서 대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ESG 경영을 지원할 금융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최초로 탄소가치 평가 기반으로 융자보증을 제공하는 녹색보증사업이 이달말 시작된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공단,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 등 관련기관이 1년 넘게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상품이다. 골자는 보증 심사에 탄소가치 평가를 추가하여 유리한 조건에서 대출이 가능토록 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탄소가치를 평가한다는 말은 신·재생에너지 제품 및 발전사업을 통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평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500억원의 국비를 통해 보증대출의 마중물을 만들고,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녹색보증을 이용할 기업을 발굴·추천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동안 국내 보증기관은 기업의 신용도나 기술력을 기준으로 보증서를 발행해왔다. 그 결과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나 최근에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보증을 받기란 무척이나 어려웠다. 녹색보증사업을 통해 낮은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도 생산제품이나 신재생 발전 프로젝트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인정되면 보증서 발급이 가능해졌다. 기존 85%인 보증비율을 최대 95%까지 확대하고, 보증료율은 1.2%에서 1.0%로의 인하를 통해 평균 0.9%p에서 최대 2.83%p의 대출금리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년도 녹색보증사업은 정부출연금의 7배인 3500억원 범위내에서 보증서를 발급할 예정이며, 2024년까지 총 1.4조억원 규모의 녹색보증 공급이 가능하다.

그럼 녹색보증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지원이 필요한 기업과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야 한다. 중소, 중견기업 중 녹색보증이 필요한 기업과 프로젝트를 찾아서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등 관련 협회, 중소 및 중견기업 협회 등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탄소가치평가가 국내 금융의 뉴노멀로 자리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탄소가치 평가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금융평가기법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기존에 해오던 관행과 많이 달라 시행초기에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녹색보증 운영기관들은 탄소가치평가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금융현장을 살펴보고, 필요한 제도개선 사항을 신속히 발굴, 실행해 나가야 한다.

셋째, 우리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때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 세계 태양광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풍력분야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분투하여 중대형인 8MW급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기술을 확보하였다. 향후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발전기술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임박한 미래시장은 투자를 통해 대비할 수 있다.

탄소가치평가를 도입한 녹색보증상품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밑거름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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