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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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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알짜 광산 매각하는 '역주행' 자원정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25 10:00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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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6년간 공들인 호주 와이옹 유연탄 광산매각 일정이 다소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광물공사는 지난해말 호주 시드니 현지법인이 갖고 있는 와이옹 유연탄 광산 지분 전량(82.25%)을 매각한다는 입찰 공고를 냈고 입찰서류 제출 기한은 이달 22일이었으나 이 일정을 6월 10일까지 약 2개월 뒤로 연기키로 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와이옹 광산은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알짜 광산’으로 통한다. 광물공사에 따르면 와이옹 광산의 매장량은 서부광구와 동부광구를 합쳐 총 13억 8000만t이다. 현재는 서부광구만을 대상으로 개발계획이 수립되어 있으며, 가채광량은 약 1억 5000만t이다. 생산규모는 연평균 450만~500만t이다. 또 탄질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며, 유연탄의 품질을 결정하는 발열량은 6700Kcal/kg에 달한다. 고품질의 발전용탄으로 별도의 선탄 과정 없이 국내 반입해 제철, 발전소, 시멘트 제조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채탄방식이 비교적 수월해 호주 여타 광산들이 사용하고 있는 갱내 장벽식 채탄을 계획하고 있다. 또, 광산과 불과 70km 떨어진 곳에 뉴 캐슬항이 있어 수출과 운영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와이옹 광산의 현재 가치는 약 135억 달러로 원화로 계산하면 15조 800억원(1억 5000만t에 t당 가격 90달러를 곱한 수치)이다.

광물공사는 지난 26년간 와이옹 광산 개발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 쏟았다. 김영삼 정부때인 1995년 10월 광물공사가 호주 주 정부(뉴사우스웨일스)로부터 탐사권을 획득한게 시작이다. 노무현 정부때인 2005년에는 글로벌 자원업체 BHP빌리턴으로부터 지분 78%를 당시 금액으로 1640만 호주달러(137억원 상당)에 추가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이명박 정부때인 2011년 3월에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로부터 개발 승인불허 통보를 받았지만 당시 필자가 항의단 대표로 나서 재심의하기로 호주 정부와 합의해 다시 살려 놓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에는 주 정부로부터 개발 허가 승인을, 2019년에는 드디어 연방정부 환경영향 평가 승인을 얻어냈다. 이제 개발해서 생산만 하면 되는 상태다.

광물공사가 와이옹 광산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다. 이유는 이렇다. 2017년 말 기준 광물공사의 해외 직접투자에서 생산단계 사업 14건 중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광산이 1992년 7월에 진출했던 호주 스프링베일 유연탄 광산개발 사업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리스고시 인근에 광산이 있다. 이 광산은 1990년 삼성물산과 호주업체가 함께 개발을 시작해 1995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지만 그 후 1997년부터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삼성물산이 사업철수를 결정해, 하는 수 없이 2000년 광물공사가 SK네트웍스와 함께 지분을 인수 했다.

스프링베일 광산은 광물공사가 참여한 후 2013년 말까지만 해도 투자비 대비 무려 183.5%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운용사인 태국 센터니얼사에 조건없이 양도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호주 앙구스플레이스 광산 보유 지분 25%도 같이 양도했다. 두 광산의 채광 가능 기간은 각각 18년, 6년이 남아있음에도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유는 정부가 재무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가운데 추가 광구 탐사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201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광물공사로서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광물공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정부가 무조건 재무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상황이 이미 국제 매물시장에 알려지면서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스프링베일 광산 개발 사업은 광물공사의 첫 해외 성공 사례이며 광물공사에 최초로 수익을 갖다 준 효자 사업이라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6년간 공들인 와이옹 광산도 매각하게 되었으니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광물공사는 어떻게 하든 남은 해외 광산을 잘 관리해 부채를 줄이고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 했다. 그 타이밍이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지금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기존의 해외 광산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것을 정부가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만 정부방침은 변하지 않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에는 오랜 기간과 전문적인 기술 및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광물공사가 와이옹 광산 지분을 사들이고 채광허가를 승인 받는데 24년이 걸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와이옹 광산을 또 다시 헐 값에 매각한다면 그 손실은 국민 몫 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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