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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면초가’ 테슬라와 리더의 품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25 11:10

경제산업부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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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글로벌 전기차 업계 ‘리더’ 역할을 해온 테슬라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16년 동안 본업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에 뒤늦게 가담한 기존 완성차 기업들은 테슬라의 기술력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사람이 계속 죽고 있다는 사실은 결정타다. 급발진, 운전자보조시스템 오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국내외에서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기업 경영에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테슬라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블루오션’을 남들보다 훨씬 빨리 발견해 개척해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사실상 경쟁 상대가 없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친환경’이라는 강렬한 메시지 하나로 몸집을 불려왔는데, 완성차 업계 ‘공룡’들이 덤벼들고 있는 셈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테슬라가 그간 ‘품격’과는 거리가 먼 행보만 보여 왔다는 점이다. 페이팔 성공신화 등으로 인지도가 높았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노이즈 마케팅을 워낙 많이 펼쳐온 게 화근이다. 세상에 없는 차를 일단 공개해 사전계약금을 받고 회사를 굴리는 게 테슬라의 경영 전략이다. 로드스터, 모델 S, 모델 3 등 주력 차종 계약자 대부분들은 약속된 시기보다 1~3년 차량을 늦게 받았다.

2017년부터는 거짓말이 도를 넘기 시작했다. ‘신형 로드스터’가 제로백 1.9초, 주행가능거리 1000km의 성능을 갖췄다며 계약금 5만달러(약 5600만원)를 받은 것이다. 학계에서 "현재 기술력으로 불가능하다"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테슬라는 고객들의 돈을 받아 챙겼다. 4년여가 지났지만 신형 로드스터 출시는커녕 개발 일정도 감감무소식이다. 머스크 CEO는 신형 로드스터가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된 재화다. 휴대폰이 망가지면 바꾸면 되지만 차는 누군가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다. 그 많은 사고를 낸 테슬라는 이렇다 할 사후안전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소비자들의 불만 제기나 언론의 지적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게 테슬라의 홍보 방침이다.

1959년 3점식 안전띠를 최초로 개발한 볼보는 "모든 운전자들이 안전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해당 특허를 다른 제조사들에게 개방했다. 2021년 현재도 ‘안전의 볼보’는 전세계 시장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리더의 품격’이 얼마자 중요한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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