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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한전 전력구입 외상거래 현실화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2 15:55

전력구입비 1년새 60% 급증…채권발행.은행차입 등 자금확보 비상대책



외상거래 규칙 개정 이어 채권 발행 한도 상향 법안 추진 등 제도 개편도



업계 "대출이나 채권발행은 임시방편…결국은 과감한 전기 현실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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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전력통계월보 11월호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구입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한전이 전력구입의 외상거래 현실화 위기에 몰렸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대가로 전력구입비를 외상으로 결제하는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전은 최근 부족한 전력구입 대금 마련을 위해 채권 발행에 이어 은행권 차입 등 비상조치에 나섰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사업구조로 한전의 적자가 갈수록 쌓이는 상황에서 전기를 팔아 전기요금으로 징수하는 수입 만으로는 발전사에 지불할 전력구입 대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22일 "아직 한전의 전력구입이 외상거래 상황까지는 안 왔다"면서도 "자금조달 시장이 막히면 결국 외상거래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같은 금융시장 경색국면이라면 솔직히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거래소,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공기업 6사 등은 지난 4월 규칙개정위원회를 열고 ‘전력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 5월 1일부터 시행했다.

이 개정안 시행으로 한전은 발전 공기업들에 전력거래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다음 번에 대금을 한꺼번에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을 한 차례 미룰 수 있게 됐다. 개정안 시행 이전엔 한전이 대금을 납부해야 할 시기를 지키지 못하면 채부불이행으로 간주돼 다음날 전력 거래가 정지되도록 했다.

한국전력통계월보 최신호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9월까지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63조 754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조 8927만원)보다 60% 늘었다.

특히 올해 9월 기준, 한전은 전기를 킬로와트시(kWh)당 235원에 사서 116.5원에 판매했다. 연료비 급등으로 한전이 전기를 팔수록 손해 보는 사업 구조로 적자가 커지자 발전사에 지불하는 전력구입비조차 감당하기 점차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대책으로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 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22조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15% 정도 전기요금을 인상했음에도 역부족이다. 4분기까지 연간 30조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연말에 내년도 기준연료비가 대폭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최소 킬로와트시(kWh)당 최소 40원 이상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한전은 전력구입 자금 부족 상황을 맞아 금융사로부터 대출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21일 한전에 6000억원 대출을 결정했다.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한전에 대한 대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에 대한 은행권 총 대출규모는 2조원 정도로 전망된다. 앞서 한전은 채권 시장에서 한전채 발행을 늘리면서 금융시장의 자금경색 사태를 초래, 결국 한전채 발행이 연말 자금수요가 큰 금융시장에 부담을 안겨주자 채권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적용 금리는 연 5.5∼6.0%로 알려졌다. 한전은 연내 추가 입찰을 통해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시중은행 대출로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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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대출 확대와 동시에 한전채 한도 상향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전기요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채 발행 한도 상향을 골자로 하는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전이 내년 3월 결산에서 한전법을 위배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한전채에 대한 매력을 상실할 뿐 아니라 공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파산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생길 것"이라며 법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한전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까지 허용되는데, 내년 3월 결산 시점 이후 회사채 발행 한도가 줄어들면서 그 이후 회사채를 발행하면 한전법을 위배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한전법 개정안은 총 3건으로, 한전채 발행액 한도를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5배, 8배, 10배까지 올리는 안이 각각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출로 버티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채 한도 상향, 은행 대출 확대는 ‘빚으로 빚 막기, 진통제로 병 악화’"라며 "한전적자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금시장 악영향, 기업들 부도위기로 몰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 해결책은 전기요금 원가반영, 전력시장 정상화, 가격기능 회복이다. 산업부와 한전은 요금 정상화 대책 마련하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지금 당장 기준연료비를 최소한 킬로와트시당 40원에서 50원 정도는 올려야 한전이 버틸 수 있다. 킬로와트시당 10원을 올리면 4조원 정도 적자가 해소된다. 올해 연간 적자가 30조∼4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산술적으로 100원은 올려야 정상경영이 가능하다. 50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점진적인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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