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앞에서 재벌 정유사의 폭리를 규탄하고, 정부에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정유사 실적 발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4분기 실적은 저조할 것이나 평년과 비교했을 때 양호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가운데 야당에선 다시 ‘횡재세(초과이익환수제)’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 유가상승과 엄청난 강추위로 서민들이 난방비 폭탄을 맞고 있어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큼)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202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알려진 바로는 다음달 1일 에쓰오일, 같은달 7일 SK이노베이션이 예정돼 있다.
현재 업계와 증권사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 관련, 상반기와 비교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투업계 일부 보고서에선 국제유가 및 원유 도입 환율 하락 영향에 따른 재고손실 등을 토대로 대폭 하향된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상반기 실적이 이례적으로 초호황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부진해 보이는 것일 뿐, 평년 대비 양호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대비 160% 증가한 4조682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4조309억원(186%↑), 에쓰오일은 3조5656억원(104%↑)이다. 4분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기업별로 5조원대의 연간 영업이익도 예상된다.
이같은 전망에 ‘횡재세’ 도입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횡재세는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 급변으로 기업이 운 좋게 초과적 이익을 얻는 부분에 대해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말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의원들이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서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제 유가상승과 엄청난 강추위로 국민들이 난방비 폭탄을 맞고 있다"며 "최근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엄청 늘어나서 직원들에게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여금이 지급됐다고 한다. 과도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부담금 등을 통해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등 총 4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야당의 이러한 주장이 현실과 맞지 않는 반(反)시장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와 맞지 않을 뿐 더러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야당이 언급하는 횡재세 도입 국가 사례는 국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해당 국가들은 석유가스 업체들이 직접 원유와 가스를 시추하고 판매하다 보니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우리는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서 수출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힘든 나날을 보냈을 때엔 정부에서 영업손실에 대한 보전을 해주지 않았다"며 "현재도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고 있는데, 업황 호황을 이유로 또다른 세금을 부담케 하는 것은 이중 과세이며 조세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