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류 중인 실거주 의무폐지와 관련한 주택법 일부개정안과 재건축 부담을 완화하는 재초환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청약 당첨 후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방안과 재건축에 대한 부담금을 줄여주는 관련 개정안 등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물 건너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국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폐지가 담긴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재건축 사업시 개발 이익이 발생할 때 최대 50%까지 세금을 부담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했다.
국회 계류 중인 실거주 의무폐지 등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은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에 적용되는 최장 5년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4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전면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전매제한과 연동이 필수인 실거주 의무폐지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분양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단지는 총 66곳으로 약 4만4000가구에 이른다. 현행법상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된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되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하는데,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거나 집을 파는 경우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한다. 야당에서는 분상제가 제한된 단지에서 전세를 놓는 행위는 ‘갭투자’(시세차익을 보기 위해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방식)로 본다는 해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강동구에선 △힐스테이트리슈빌강일(전매제한 해제시기 올해 10월) △올림픽파크포레온(올해 12월) △강동헤리티지자이(올해 12월) 등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중랑구에선 △리버센SK뷰롯데캐슬(올해 11월), 성북구에선 △장위자이레디언트(올해 12월)도 그 대상이 된다.
실거주 의무폐지가 불확실해지자 분양권 거래도 주춤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40건, 5월 40건이 거래된 이후 최근 9월에는 12건, 10월에는 4건으로 크게 줄었다.
재초환 개정안은 합의 직전까지 갔으나 안타깝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재초환 개정안은 부담금 부과 초과이익 기준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고, 부과 구간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이후 정부는 한 발 뒤로 물러나 4000만~7000만원으로 수정 대안을 제시했다. 부과기준도 6000만원까지만 올리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안의 수정안이 발의됐지만 이조차 합의가 안 된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정책방향과 성향을 보면 재초환 개정안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이나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에는 차질을 빚을 수가 있어 신속한 통과가 요구된다"며 "또한 실거주 의무폐지는 부동산 투기 예방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자금이 부족해서 전세를 활용하는 무주택자에 한해서는 실거주 의무를 면제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토위는 오는 29일, 내달 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주요 현안 법안을 재차 논의할 예정이다. 소위 심사 뒤에도 국토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본회의 상정 및 의결 과정을 거쳐야 연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연내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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