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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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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특급선수들 실리만 추구…팬들 외면 가속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5 03:08
광명스피돔에서 출전선수 결승선 향해 질주

▲광명스피돔에서 출전선수 결승선 향해 질주.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광명=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 기자] 경륜 경주에 출전하는 선수는 기량에 따라 특선(S), 우수(A), 선발(B) 등 3등급으로 나뉘며 각 등급 안에서도 1, 2, 3반으로 세분화된다. 이는 비슷한 기량을 지닌 선수를 묶어 좀 더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다양한 결과를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특히 2011년에는 최상위 등급인 특선급을 4개 반으로 나눠 S1반 위 등급인 슈퍼특선반(SS)을 신설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초기에는 벨로드롬 최고 스타 14명을 선별해 그랑프리는 물론 각종 대상경주에 고정 출전시킨다는 계획이라 경륜 팬 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14명 안에서도 기량차가 심했고 대상경주 외 일반경주에 출전 빈도가 떨어지다 보니 이외 경주 흥행성 저하, 선수의 연간 고정출주 배분 등을 맞추기 어려운 여러 진통이 뒤따랐다. 당초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이 속출하자 결국 SS반은 14명에서 5명으로 축소됐다.

SS반은 500명이 넘는 경륜선수 중 약 1%만 차지할 수 있는 명예스런 타이틀이라 이 고지를 향한 선수들 목표의식은 대단하다. 동기부여가 확실해서다. 문제는 SS반 선수를 바라보는 팬들의 불편한 시선이다.

팬들은 명성에 걸맞은 진정한 명승부를 기대한다. 하지만 같은 슈퍼특선반 선수라 해도 임채빈-정종진으로 대표되는 투톱을 놓고 2, 3착 만을 목표로 하거나 아니면 득점대로 앞뒤로 붙어 타는 등 무리수를 두지 않는 전술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팬은 가장 변화무쌍하고 박진감 넘쳐야할 특선급이 오히려 선발-우수급보다 전개가 단순하고 재미없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슈퍼특선반 주축 선수가 늘 일정하고 자주 접하다보니 이들 선수 사이에 자연스레 친분이 형성되면서 서열이 나뉘고 이것이 기득권으로 발전됐다고 분석한다.

슈퍼특선반을 계속 유지하려면 단 한번의 6, 7착도 매우 치명적이다. 때문에 같은 등급이라 해도 최상위 실력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시원하게 정면승부로 붙어보고 싶어도 행여 실패하면 점수관리와 앞으로 관계 형성 등 이중고에 내몰리고, 결국 다음 등급조정에서 강급을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우승후보들이 따로 떨어져 정면승부로 일관하지 않고 적당히 앞뒤로 붙어 타며 최대한 동반입상을 노리는 작전이 주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승급 전에는 호쾌한 자력승부를 시도해 팬들로부터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받던 일부 선수는 SS반에 입성하면 단순한 마크-추입맨으로 전락하고 만다.

슈펴특선 외 S급 1, 2반 선수들의 소극적인 움직임도 단순한 결과에 한몫을 담당한다. 저돌적인 움직임은 어쩌다 일어나는 단발성에 불과하고 적당히 따라가며 특선 자리를 지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생관계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새로운 문제도 상당한 이슈다. 경륜 승패에 있어 라인 연대는 대단히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경륜은 크게 선수협, 노조 두개로 분리됐다. 그런데 슈퍼특선반 전원이 한쪽에 편중돼 있다.

기득권을 타파하고자 연대가 열악한 쪽은 죽기 살기로 승부에 임하고 있다. 성낙송-윤민우-이태호-정충교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그룹은 특선급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경주 혼신을 다하고 있다. 사실 기량은 물론 수적으로 열세이면 입상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다만 승부가 과열되다보면 낙차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시쳇말로 ‘웃픈 현실’이다. 팬들은 이런 플레이에 더 열광하기 때문이다. 성적은 고르지 못하나 인기는 치솟는 현상이 그래서 벌어진다.

경륜 전문가들은 "부와 명성을 누리는 특급 선수들이 실리만 추구하는 경주를 벌인다"며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걸맞은 경기내용과 팬들의 시선도 살피는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드팬은 과거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한주가 멀다하고 개인 또는 지역 간 정면승부를 시도했던 때를 잊지 못하고 있다. 팬들은 자신의 경주권이 적중하지 못해도 명승부가 펼쳐질 때 아낌없이 박수세례를 보내기도 했다. 경륜 원년 전문가는 "가장 화려하고 재미있어야할 SS등급이 이에 부응하지 못해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될까 우려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수정이 필요한 시점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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