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년 8월에 열릴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비이재명(비명)계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이 총선에 패하더라도 친이재명(친명)계가 권력 장악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당무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높이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권리당원 대 대의원 표 반영 비율을 20대 미만으로 조정하는 게 골자다. 현재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이 권리당원의 60~70배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권리당원의 권한을 3배 이상 높이는 셈이다.
당헌·당규 개정안은 다음 달 7일 예정된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친명계 인사들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그간 ‘표 등가성’ 차원에서 권리당원 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대의원 권한 축소는 당원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오랜 기간 논의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비명계의 비판에 선을 그었다. 또한 전당대회가 내년 총선 직후 치러지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금 당헌·당규 개정에 나서는 것이 시기 상으로도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반발이 있다’는 지적에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1인 1표에 대한 열망이 큰 건 사실"이라며 "그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단번에 넘어서긴 어려운 벽이어서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 다양한 입장이 있고, 제도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게 아니라 소위 양해해야 하는 것이니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의견들을 모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비판 여론’에 대해 "20대1 정도는 당내에 어느 정도 공감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무위에서는 내년 총선 때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10%에 든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상향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하지만 비명계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혁의딸’(개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권리당원에게 보다 많은 힘을 실어줌으로써 총선 이후 치러지는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도 친명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나 갈 거라고 이러는지…권불삼년에 화무십일홍이라 했거늘"이라며 "어찌 지금만 보이고 3년 후를 못 보시는지요"라고 꼬집었다.
조응천 의원도 이날 ‘특집 KBS1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전반적인 추세가 대의원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권리당원을 높이는 쪽으로 전당대회 룰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종의 지금 지도부 내지는 강성파들에게는 뭐 이미 여러 번 경험했을 거다"며 "전당대회 때뿐만 아니고 또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 뭐 이런 여러 상황을 거치면서 결국은 정치적으로 든든한 배경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은 팬덤이라는 것을 느끼셨을 거기 때문에 그거를 약화시키는 일은 스스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개딸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민 의원도 지난 26일 ‘원칙과 상식’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에 대해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라며 "유튜버 등 일부 (강성 당원의) 목소리, 그리고 팬덤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당내 민주주의 포기 선언’"이라고 말했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