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열린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간담회 현장 전경. 오른쪽부터 허훈 서울시의원, 조수진 국회의원,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
이번 간담회는 조수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양천갑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허훈 서울특별시시의회 의원(국민의힘, 양천2)이 자리를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과 김장수 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장이 동석해 서리협 회원 조합장 및 추진위원장 10명의 의견과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개선 및 가이드 마련을 약속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주로 논의된 사항은 기존 수평증축 방식의 변화와 용적률 관련 내용이었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 1층 세대를 필로티로 하고, 최상층 1개층을 추가하는 기존 수평증축 리모델링 방식을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수직증축으로 판단했다.
당시 국토부는 당 해석 시달 이후 설립된 리모델링 주택조합에 적용하는 것을 요청했다. 기존 유권해석에 따라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고 추진하고 있는 단지에 대해서는 지자체별로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진행하라고 알렸다.
그러나 서울시는 국토부 유권해석이 나온 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모든 단지에 수직증축 안전성 검토를 이행하라고 방침을 내렸다. 그간 지자체와 건설사, 전문가, 조합 및 추진위원회는 해당 방식을 수직증축이 아닌 수평증축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필로티가 수직증축으로 분류되면서 1차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은 리모델링 단지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에 기존 필로티로 진행하던 안전진단 C등급의 단지들은 ‘안전성 검토’도 받아보지 못한 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간담회의 참석한 한 조합장은 "현재 리모델링 조합들은 법제처의 새 해석이 나오기 전 빠른 판단 하에 사업을 진행했던 곳들이다"며 "다른 도나 시에서는 설립인가된 조합에 한 해 필로티를 허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업을 진행 중인 단지들의 어려운 부분들을 헤아려주고 가능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조합장은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기 때문에 서울시의 안전성 강화에 모두 따를 것이다"며 "C등급 단지들도 필로티만을 적용하는 것에 한 해, 안전성 검토 또는 연구진 구조검토를 받거나 보수보강 가이드 제시 등 가능한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실장은 "리모델링 후 30년 이상 잘 쓸 수 있어야 한 점을 고려했을 때 안전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며 "유권해석 변경에 따라 진행된 상황"이라고 원론적인 내용으로 답변했다.
현재 서울 외 타지자체에서는 법제처 유권해석과 관련, 기존 사업지에 대해 어려움을 공감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주택정책과 관련,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홀대 행정이라는 형평성 논란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리모델링 공사 시 지하주차장 증축에 대한 안전성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서리협 측은 "지난번 시정질의에서도 이 자리에서도 지하 6층까지 파는 것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는데, 지하 6층은 리모델링 뿐만 아니라, 신축 현장에서도 증축하는 수준이다"며 "리모델링에서 지하주차장 공사는 대지 경계선 안쪽과 주동부 주변의 흙막이 공사를 먼저 진행하고 탑다운 방식으로 주차장 슬래브(바닥 판)를 먼저 형성해 그 아래 지하를 파내려가기 때문에 신축에 적용하는 역타공법 보다 훨씬 안전한 방식이다. 이는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서울시의 재건축 유도 행정 정책과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용적률 문제도 큰 화두였다. 용적률은 일정한 대지 위에 지어지는 건물의 비율이다. 즉 용적률이 높다는 것은 면적 위에 많은 건물을 지었다는 뜻이다.
실제 대다수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은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용적률 300%를 초과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한 상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용적률 180%가 재건축 가능 사업성 기준으로 말하고 있다. 특히 1990년 11월 용적률을 400%까지 완화했을 때 인허가를 받고 지어진 단지들(1990년대 중·후반 준공)은 현재 리모델링 밖에 답이 없는 상태로 판단 하에 빠르게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연한도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어섰거나, 근접한 상태다.
건축 전문가들도 사실상 1990년대 중후반에 지어진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들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의 A아파트는 1990년대 후반에 지어져 현재 용적률이 300%를 초과해 있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용적률 500%로 재건축을 한다면 전 세대 최대 5평씩을 줄여야 하며, 일반분양분이 단 한 가구도 나올 수 없어 토지 등 소유자들의 손해가 크다는 사업성 분석이 나온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의 재건축 유도 정책 우려와 용적률 문제에 대해 참석한 한 조합장은 "현재 용적률이 400%에 달해 사업을 처음 추진할 때도 리모델링과 재건축 중 우리 단지에 어떤 것이 유리한지 사업성 검토와 선호도 조사를 충분히 했다"며 "현실적으로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 종상향이 되더라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인데, 단순하게 법안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려 달라 등의 답변은 한참 진행 중인 단지 안에서는 상당한 문제"라면서 "명확한 방안과 답변, 가이드라도 있게 된다면 조합도 맞춰 전략을 세우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사업진행이 원활하게 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지 않을까한다"고 강조했다.
용적률 문제와 관련해 한 실장은 "현재 용적률 자체를 일정 부분 인정하고 정비사업도 선택이 가능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는데 법제화하거나 제도권 내에서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리모델링을 분명하게 해야 하는 단지들이 있다. 정비사업을 진행해 집을 반으로 줄일 순 없는 상황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모델링으로 가야될 단지와 그 경계선상에 있는 단지들이 있다. 상당 부분 리모델링을 밖에 갈 수 없는 단지들도 많이 있는 것도 알고 있고,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리모델링이 신축보다 더 많이 생길 것이란 생각도 가지고 있다"며 "가야되는 단지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찾고, 필요에 따라서는 제도 개선을 해야하는 등 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분명 리모델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단지들도 있다. 조건 자체가 아예 그냥 재건축을 할 수 없는 조건인 경우도 있다"며 "그런 곳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리모델링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판가름 난 곳들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업이 갈 수 있도록 시가 도울 점이 있는지 찾고 있다"면서 "이미 용적률이 높은 단지들의 리모델링 증축 범위 등에 대해서 조율도 필요한 점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서리협은 이 자리에서 조합과 조합원 및 토지등소유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방침의 ‘즉시 시행’ 보다는 ‘계도 기간’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서울시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도 꾸준한 간담회를 통해 행정 정책 및 가이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서리협 관계자는 "조수진 의원과 허훈 시의원이 적극적으로 서울시와의 대화의 장을 만들어준 것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소통의 창구를 열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여야가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가 이뤄진다면 리모델링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이어 "우리 서리협은 앞으로도 리모델링 사업 진전과 개선을 위해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면서 "서울시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행정 정책 및 가이드가 마련돼 안전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해 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 의원은 "서울시 리모델링 규정이 바뀌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들어왔는데, 잘 살펴보겠다는 말보단 서울시 관계부서가 직적 고충을 들어주시고 접점을 찾아 노력해주는 모습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필로티 부분이 지금까지 오랜기간 진행이 돼 왔다가 규정이 바뀌면서 다시 백지화가 되는 등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자리로 한 번에 해결될 순 없지만, 서울시에서 잘 들어주시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지속적으로 점검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 시의원도 "리모델링 조합들은 현재 사업을 진행 중에 있고, 재건축을 하기에는 연한과 비용이 부담이 되는 상황인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줬음 한다"며 "건축물 제로에너지 등 리모델링 단지들이 불이익을 받는 부분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개선해 준다던지 실제 리모델링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주셨음 한다"고 말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