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이 공사비 이슈로 인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입찰방식이 제안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 재개발 구역 전경.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정비사업은 필연적으로 공사비 증가 이슈와 이로 인한 사업 지연, 나아가 조합원 및 분양자 등 입주예정자들의 입주 지연까지 피해를 입히는 구조가 만연하다. 본래 대부분의 정비사업 입찰은 발주자인 조합원이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서 발주하거나, 건설사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로 수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정비사업 전문가에 따르면 이 과정만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 나온다면 공사비 이슈와 사업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방식이 바로 CM at Risk(CMR,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입찰 방식이다. 이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 만연한 공사비 증가·사업비 지연
2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발주방식 변경을 통한 조합시행 정비사업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조합의 전문성과 사업비 부족이라는 구조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에 CM at Risck 방식을 정비사업에 맞게 일부 수정하는 방식으로 제안됐다.
CMR은 건설엔지니어링 면허를 보유한 시공사가 시공 이전 단계에 참여해서 설계검토나 공사비 추정, 공법검토, 설계 경제성 검토(VE, Value Engineering) 등 프리콘(시공 이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공까지 책임지는 수행 방식이다. 이는 기존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과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의 중간 단계를 띠는 형태다.
본래 기본적으로 정비사업 입찰 방식은 조합이 설계업체를 통해 설계를 완성한 후 설계시공분리 발주방식인 DBB(Design-Bid-Build)로 공사를 발주해 건설사는 공사만 책임지도록 한다.
다만 건설사와 조합간 공사계약서에는 건설사가 책임준공을 하는 것 외에도 인·허가 과정에서의 협조,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 관련 업무 설명, 자금 대여(유·무이자), 이주비·사업비 직접대출 또는 신용보강 등을 수행해주고 있다.
또한 건설사는 조합이 사업비 없이 토지만 가지고 시행하는 구조이기에 입찰보증금을 납부해주고 사업비를 대여하거나 직접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실상 건설투자자(CI) 성격도 갖고 있다.
예로 대우건설이 수주한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업 ‘118프로젝트’(남산 고도제한 90m 높이를 118m로 완화하는 설계)나 이주비 대여조건 LTV(부동산 담보비율) 한도 140% 이상을 제안한 것 등도 프리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방식이 별도의 수수료나 대가를 지급받지 않고 대부분 비용이 공사대금에 ‘녹여져서’ 공사비로 청구되고 이에 따른 사후 갈등 조장이 만연하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도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공사비(평당 기존 660만원에서 898만원) 인상으로 갈등을 겪는 중이다.
◇ CMR, 시공 이전 단계서 미리 설계 완성도 높여 리스크 최소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산연에서는 CMR 방식으로 공사비를 절감하고 사업비를 절감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CMR 방식을 활용하면 시공사가 설계과정에서 미리 참여해 조합원과 설계사, 시공사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설계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 추후 시공 때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최대공사비 보증계약(GMP)을 통해 추후 설계변경에 대한 공사비 상승을 방지할 수 있으며, 프리콘 단계에서도 다양한 지원(설계 노하우, 금융지원 등)과 관련 청구없이 공사비로 녹여내는 관행도 제거할 수 있다. 보다 더 투명한 비용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장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CMR 방식은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민간 비주택 영역에서 일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LH가 인천 검단아파트에서 CMR 방식으로 진행했다가 설계 및 감리, 시공 전 분야에서 부실이 발생한 사례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게다가 CMR 방식은 설계변경에 대한 이슈를 줄여줄 뿐 물가변동에 의한 공사비 증가까지는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점도 있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에서 적용되는 CMR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비사업의 의사결정 절차, 공사비 검증제도 등 현행 정비사업의 절차와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