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왼쪽 두 번째)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토부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정부가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를 계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공공주택사업의 전격적인 민간 개방이다. 공공주택 공급을 사실상 LH가 독점하면서 철근 누락 사태 등이 벌어졌다는 판단이다.
12일 국토교통부는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의 후속대책으로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본래 공공주택특별법에는 LH 같은 공공만 공공주택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설정했다. LH는 공공주택 공급량의 72%의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지방공사가 공급한다.
설계·시공·감리 등 LH의 발주 규모는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LH에 부여된 공공주택 공급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건설 과정에 대한 관리 소홀, 부실 감리와 품질 저하의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LH 독점’이 공공주택의 품질 저하를 불렀다고 보고 공공주택 사업권을 민간에도 열기로 했다. 시행권을 놓고 LH와 민간 건설사를 경쟁시켜 우수한 사업자가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하도록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 도입하는 ‘공공주택 민간시행’은 민간이 LH에서 택지를 분양받아 힐스테이트, 래미안, 자이 같은 자체 브랜드를 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LH 시행 공공주택과 똑같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정부에서 정한 공공주택 공급 기준에 맞춰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분양가를 낮게 제시하는 민간 사업자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민간 시행 공공주택의 분양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민간 사업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공주택 사업에 뛰어들 지다. 치솟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고금리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주요 건설사들은 서울 ‘알짜’ 재정비 사업에도 입찰하지 않는 등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토부 관계자는 "감정가 이하로 택지를 매각하고, 주택기금을 통해 저리 융자를 해주면 민간 사업자의 사업성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며 "지방 공공택지에서 미분양이 나면 LH가 환매 확약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공공주택 시행권 개방으로 민간에 새 먹거리를 열어둔다는 점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김오진 국토부 제 1차관은 "최근 침체된 시장 여건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 건설업계가 주택기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설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