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희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특보.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 운동권 세력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최근 한국대학총한생회연합(한총련) 출신인 정의찬 당대표 특보가 공천 부적격 판정이 난 것에 대해 친이재명(친명)계 원외조직이 반발하면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운동권 인사들의 문제를 겨냥한 것이다. 60년대생, 80년대 학번인 전대협이 정치권의 주류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70년대생 90년대 학번인 한총련 세력이 ‘운동권 세대교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전대협 출신 정치인은 곧바로 "정치적 공격"이라고 맞받아쳤다.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 20일 성명을 통해 한총련 출신인 정 특보의 총선 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혁신회의는 성명을 통해 "중앙당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가 출마예정자들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했지만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검증 보류가 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가 정 특보의 과거 학생운동 시절 민간인 고문치사 사건을 문제 삼아 적격 판정을 번복한 데 대해 "정 특보는 문제의 고문치사를 지시하지도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며 "이런 사정을 김대중 대통령이 감안해 사면복권을 통해 정 특보의 명예와 권리를 복원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부적격 또는 검증보류가 이어지고 있다"며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증위가 악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현역 의원 기득권에 대해 비판했다.
혁신회의는 86세대 운동권 인사들의 실명과 과거 범죄 이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혁신회의는 "최근 국회 사무총장직에 물러나 출마를 검토 중이라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뇌물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했는데 이 경우에도 사면권 효력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부적격 판정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임종석 문재인 전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임 전 실장은 과거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86세대 대표 주자 중 하나다.
임 전 실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퇴진론과 관련해 "집단적으로 몰아 ‘퇴출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공격"이라며 "우리들이 과거 군 하나회나 ‘윤석열(대통령) 사단’처럼 우리끼리 모여 ‘한 번 해먹자’ 한 적은 없다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과정에 ‘뺄셈 정치’는 안 된다. 86세대가 오히려 윤석열 정부와 싸우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86 역할론’을 오히려 강조했다.
더민주는 한총련 5기 의장을 지낸 강위원 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들 한총련 출신들은 비이재명(비명)계와 물론 이인영·송갑석 등 전대협 출신 선배 운동권 세대를 퇴진시키고 원내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다만 더민주의 중심 세력들이 도덕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종권 사건’의 가해자인 정특보를 비롯해 강 사무총장은 1997년 한총련이 민간인을 경찰 프락치로 몰아 고문·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석 사건’ 당시 의장을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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