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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 들어줬다…"일본 기업 배상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21 14:10

대법원 판결나는 10년 사이 피해 당사자 모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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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는 일본기업 측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판결이 확정되면서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은 피해자 한명당 1억원∼1억5000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 확정된 배상금은 총 11억7000만원이다.

다만 앞서 확정된 판결에 따른 배상금 지급 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일본 기업들에 의한 직접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간이 지나 소멸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2012년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일본 기업 측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이미 지나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소멸시효란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일본 기업)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취지의 판결로서 당사자들의 권리가 확정적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로서는 2012년 판결 선고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며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하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하급심 판결에서 논란이 됐던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2012년으로 봐야 할지, 2018년으로 봐야 할지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대법원 판례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는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정한다.

적어도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대부분 사건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하고 이를 기초로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곽모 씨 등 7명은 2013년 3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942∼1945년 국책 군수업체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와 야하타제철소 등에 강제 동원돼 노역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은 1944∼1945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 노역한 강제동원 피해자 3명과 유족 오모 씨가 2014년 2월 제기했다.

두 소송의 1·2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013년 3월 시작된 소송이 10년 넘게 걸리면서 피해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난 상태다.

이번 소송은 2012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제기한 소송이어서 ‘2차 소송’으로 불린다.

대법원은 이달 28일에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 판결 2건을 선고한다.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총 배상 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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