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고동진(왼쪽)전 삼성전자 사장과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인 공영운(오른쪽) 현대자동차 전 사장.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22일 재계 인사 영입 경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갤럭시 성공 신화’를 쓴 주역 중 한명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더불어민주당도 ‘전략기획통’ 출신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각각 영입했다.
이에 글로벌 경제시장에서 살아남기 경쟁에 총력을 쏟고 있는 재계가 자칫 총선 정국에 휩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대기업들은 일선 퇴진한 인사들의 개인적인 행보라며 정치적 불똥 차단에 나섰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나타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이날 각각 삼성전자·현대자동차 출신 인사를 영입한 것은 다가오는 총선 때 기업인 중용이라는 의미 외에도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경기 남부 지역구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총선 때 경기 남부 중 삼성전자 공장이 위지한 수원·화성·평택 등 3곳의 8개 선거구 가운데 1개(평택을) 선거구를 제외하고 7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때 경기 남부지역 내 자당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이곳 유일한 현역인 유의동 의원(평택을)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한데 이어 수원 3개 선거구에 장·차관급 출신 등 ‘드림팀’ 후보 공천을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약속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정치적 텃밭으로 여겨지는 광주에 현대차그룹 기아자동차공장이 밀집한 점을 인재 영입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아자동차는 광주·전남 등 호남권 산업의 상징으로 꼽히며 현지에 프로야구단 연고까지 두고 있다. 민주당 정권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출신 이용섭 시장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광주에 합작 투자 법인을 설립하고 자동차 생산라인을 구축, 일자리를 만드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성사시켰다. 민주당의 현대차 출신 인사 영입은 광주·전남 지역 뿐만 아니라 수도권 호남 표심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공동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 주최로 열린 고동진 전 사장 환영식에서 "대한민국의 40년간 IT 발전을 상징하는 분"이라며 "대한민국 IT 기술이 여기까지 오고, 뉴욕 타임스퀘어에 갤럭시가 있을 수 있는 등의 위상을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고 전 사장을 소개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고 전 사장 영입에 직접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1년생인 고 전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유럽 연구소장, 상품기획팀장, 개발실장을 거쳐 사장 겸 IM부문장을 지냈다. 무선사업부 개발관리팀장 당시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기획한 것이 재직 시절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고 전 사장은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많은 청년과 독서모임, 강의를 통해 만난 경험이 있다"며 "제가 삼성을 떠나고 젊은 사람과 후배들, 청년을 위해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제가 이곳에서 일하면 첫 화두는 청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입 수락 이유에 대해서는 "한동훈 위원장께서 4월10일 이후의 저는 없다고 한 것이 저에게 굉장히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자기 자신을 던졌다"며 "삼성전자에 40년 있었는데 과연 제2의 인생에서 저런 결심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했다.
본인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삼성을 떠나게 되면 젊은 사람과 후배, 청년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며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 첫 번째 화두는 청년의 미래, 두 번째 화두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민주당 인재위원회도 같은 날 공영운 전 사장을 총선 9호 인재로 영입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재명 대표는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은 현대차를 오늘 글로벌 탑3로 올라서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분"이라며 "경제 현장에서 큰 성과를 현실적으로 만들어냈던 공 사장이 민주당의 정책과 입법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1964년생인 공 전 사장은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2005년 현대·기아차로 자리를 옮겨 해외정책팀장과 홍보실장, 전략기획사장 등을 지냈다. 2022년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당시에는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발 빠른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공 전 사장은 "경제 분야에서 국가 비전을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태겠다"며 "저는 우리 사회가 경제 분야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안을 찾아 나가는 데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으로 정치 참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힘 쏟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악순환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다시 성장의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기술에서 돌파구를 만들어 혁신성장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제로 등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과감히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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