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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집권당 대표 정면충돌 양상…尹 '공개일정 불참' 韓 "사퇴요구 거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22 15:43

한동훈 "내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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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격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사실상 정면충돌한 모양새를 보였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 및 4.10 총선 공천 관련 입장 차이가 원인으로 꼽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생방송까지 예정된 ‘민생 토론회’의 공개 일정에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감기 기운’을 이유로 행사시작 30분 전에 전격 윤 대통령의 불참을 공지했다. 특히 불참 공지 시기는 한동훈 위원장이 이날 "제가 사퇴요구를 거절했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직후였다.

이에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불참 결정 배경을 두고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한 위원장 거취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 갈등 탓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관련 보도가 나오자 "국민 보고 나선 일, 할 일 하겠다"며 공식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사퇴 요구를 재차 일축한 것이다. 당헌·당규에 6개월로 정해진 ‘비대위원장 임기 완주’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총선이 8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홀로서기’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검사 시절부터 오랫동안 윤 대통령을 직속상관으로 모셨고, 현 정부가 출범하자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여겨진 그가 사실상 독립적인 길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특히 전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된 사퇴 요구가 과도한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사퇴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부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김 여사 명품백 논란,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사천(私薦)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인식이 윤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이번 갈등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김 여사 논란에 관한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를 묻자 "내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에서는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재확인한 데 대해 "대통령실 차원에서 어떤 공식 입장도 내지 않기로 했다"며 "이제 차분하게 수습해야 할 단계"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은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한 두 사람의 근본적인 입장차가 본질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이 이미 건너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얘기들도 나왔다.

총선 승리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만큼 국민 여론의 흐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위원장의 생각과 부인의 ‘억울한’ 문제 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이 충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수습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모습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 안팎에선 한동훈 위원장 거취 문제는 영남권 중진 및 친윤석열(친윤)계 등 인사에 대한 물갈이 공천 등과도 맞물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친윤계 의원들이 한 위원장 거취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 공천을 본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사용하며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당내 전반적인 여론은 양측이 절충점을 찾아 갈등을 봉합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오히려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의견도 나왔다.

유경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서울시당 공천 때) 모 인사들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공천을 하지 않을 것이면 내쫓겠다는 식의 협박을 받았다"며 "당선인의 뜻이라고 팔았지만 모두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인간들의 거짓이었다"고 썼다.

태영호 의원도 이날 채널A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 사퇴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김 여사와 손잡고 국민 앞에 나아가 ‘국민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수를 했는데 가장 큰 책임이 남편인 저에게 있다’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면 어떨까 생각한다"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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