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생활 규제 개혁’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망 추가지원금 상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10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가 시장 경쟁 촉진을 통한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통신비 인하 효과에는 의문점이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밝힌 단통법 폐지 추진 방향은 현행 통신사 지원금 공시 의무를 없애고 공시 지원금의 15%로 제한된 추가 지원금 제한을 없애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지원금 상한을 없애 통신사 간 경쟁을 유도하고 휴대전화 구매비용을 낮추겠단 취지다. 정부는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도 계속 통신비 절감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유지하기로 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법 시행 이전처럼 통신사 이동 시 더 많은 보조금을 배정해 이용자를 유치하는 식의 보조금 경쟁이 가능해진다.
200만원을 넘어서는 고가의 스마트폰 단말의 등장으로 통신비 부담이 계속 가중되고 있다는 이유로 단통법을 폐지해 단말기 구입 가격을 낮추겠다는 건데, 그 효과는 미비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용자가 지출하는 통신비는 서비스 이용료와 단말기 구입비로 구성된다. 통상 통신사 이전이나 기기 변경을 하는 경우 이용자가 최대 공시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무제한 요금제 등 고가의 요금제 가입이 필요하다. 단말기 가격을 낮추더라도 서비스 이용료가 올라가면 이용자가 총 지출하는 통신비는 큰 변동이 없게 된다.
게다가 이동통신업계는 단통법 폐지로 인해 법 시행 이전처럼 경쟁이 과열되진 않을 거란 분위기다. 이통3사가 이용자 유치 경쟁을 벌이던 10년 전과는 시장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이통사가 제공하는 지원금 상한이 폐지될 당시에도 보조금 대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출혈 경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 15%로 제한된 추가 지원금 제한까지 풀리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십여 년 전만 해도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통3사가 5:3:2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현재는 확대보단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오히려 신사업 강화에 주력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조금에 과거처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최고 사양의 단말 가격이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지만 보급형 단말 출시 등 가격대가 다양해졌다. 요금제 구간도 세분돼 소비자 선택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 상향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고,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빨라도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노령층 등 정보 취약자를 위한 대안도 충분히 고민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알뜰폰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는 존폐 기로에 놓일 것이란 우려다. 통신 과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추진해 온 그간의 정부 정책에도 배치되는 형국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MNO 유통점에서 인기 단말 지원금을 대폭 상향하면 자금력이 취약한 알뜰폰 사업자들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법 폐지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실상 대비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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