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잡힌 만 15세 범인의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범인이 배 의원의 신원을 확인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을 보아 ‘정치 테러’가 자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에 이어 배 의원까지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한국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극단적인 국내 정치 문화는 증오와 혐오를 넘어서 폭력으로까지 분출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거대 양당의 극단적인 정쟁과 그 부산물인 혐오정치가 기성세대 뿐 아니라 미성년자에게까지 번졌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사건 발생 뒤에는 극단적인 진영 지지자들과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유튜버들이 ‘배후설’, ‘자작극’ 등 각종 음모론을 퍼뜨리면서 후폭풍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도 이 대표 피습 때 그랬던 것처럼 벌써부터 ‘배후설’ 등 억측과 가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배경에는 우리 편은 선, 상대는 악으로 보는 여야의 적대적 대결 구도가 급기야 정치테러를 불러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의 민주주의의 실행자인 거대 양당 간의 대립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같은 당 내에서도 친이재명(친명) 대 비이재명(비명), 친윤석열(친윤) 대 반윤(반윤석열) 등 생각이 다를 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악마화하며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해 온 정치인들의 ‘원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며 만들어가는 정치질서다.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혐오하는 정치 문화가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편견과 혐오가 가득한 정치 문화가 칼날이 되어 민주주의를 찌른 것이다.
이러한 비극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내 정치 양극화, 혐오 정치를 부추긴 정치권 내 자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인과 유권자의 만남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