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전국 도심의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전날 국민의힘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경기도 수원을 방문해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놨는데 하루 만에 '맞불'을 내놓으며 정책 주도권 싸움에 나선 것이다. 도심철도 지하화 추진이 이번 4·10 총선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공약 대결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신도림역을 찾아 '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4대 약속·4대 실천'을 발표했다. 철도, GTX(광역급행철도), 도시철도 도심구간은 예외없이 지하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발사업비는 80조원으로 예상했다.
이 대표는 “한 때 철도가 발전과 편의의 상징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 근처에 살고싶어하는 시설이었다"며 “편의성은 (지금도) 유지되지만 주민들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도시도 발전하면서 (지상철도는) 국민들에게 소음, 분진 등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도시 양쪽을 절단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도심 철도 지하화에 드는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고 정치적 선전과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며 “국민들 삶의 수준도 높아지고 경제적 역량도 커졌다. 철도 지하화 후 지상 공간 활용시 경제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도심철도 지하화를 추진할 객관적 여건이 마련됐고 합의도 충분이 이뤄졌다는 판단"이라며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민 행복추구권·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주거복합공간 조성, 철로 주변 노후도시 재정비·균형발전 등 3가지를 철도 지하화 필요성으로 꼽았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생활권 단절과 소음·분진 피해 등을 해소하면서, 주거·상업 등 자족 기능을 갖춘 성장 거점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는 것이다.
4대 약속으로는 △철도, GTX, 도시철도 도심구간 예외없이 지하화 △지상부 통합개발 △복선화, 철도망 용량 확대 △경제성 외 균형발전 등을 내걸었다.
철도 지하화의 경우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전, 대구, 호남 권역에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경인선은 '구로역~인천역' 구간, 경원선은 '청량리~의정부역'구간 등을 지하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부선의 경우 '서울역~병점'구간을 비롯해 천안 도심구간 및 평택 도심구간이 포함된다. 경의선·경의중앙선·경춘선도 지하화가 추진할 예정이다.
지하철 2·3·4호선과 7·8호선의 도시철도 라인 중 야외 철로를 사용하는 구간도 지하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하철 2호선의 경우 △'신도림역~신림역' △'한양대역~잠실역' △'영등포구청역~합정역' 구간이 해당한다. GTX 노선은 △A(운정~동탄) △B(인천대입구~마석) △C(덕정~수원) 등이 포함됐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화명~가야~부산) △대전(회덕~판암, 조차장~가수원) △대구(서대구~동대구) △광주(광주~송정) △전주(아중~동산) 소재 일반철도 구간이 지하화 대상으로 선정됐다.
민주당은 지하화 후 상부 구간은 개발을 통해 환승이 연계된 주거복합 플랫폼, 지역 내 랜드마크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체적으로 총연장은 약 259㎞ 로 이 중 80%가 지하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 했다.
이어 “사업비는 ㎞당 약 4000억원 정도로 80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대부분은 민자유치 통 해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공약은 한 비대위원장이 전날 경기도 수원을 방문해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놓은지 하루 만에 발표됐다. 표면적으론 공약 발표가 하루 늦게 이뤄졌지만 이미 이번 철도 지하화 공약 발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 경기 수원에서 전국 도심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비수도권에도 광역급행열차를 도입해 전국 주요 권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구간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국민의힘은 △경기 수원역∼성균관대역 △서울 영등포역~용산역 △대전역 인근역의 지하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