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이 대표의 입맛에 맞는 게리맨더링"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경동시장을 방문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제도를 가지고 게리맨더링 하는 건 처음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정치사에서 유래한 '게리맨더링'은 정당이 선거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선거구를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경하는 행태를 뜻한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어제 문재인 전 대통령 만나서 얘기 듣고 (입장을) 바꾼 것인가"라며 “자기들 몇몇 정략적 이해관계로 5000만이 모두 영향을 받는 선거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듯하더니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준연동형 유지로 방향을 틀었다는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왜 국민들이 민주당과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입장에 영향을 받아야 하는 건가"라며 “서로 간에 의석수 나눠 먹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정치를 막기 위해 4월 10일 우리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특히 “비례대표 제도에 관해 2020년경부터 2024년 2월 오늘까지 이 대표가 얼마나 말이 바뀌었는지 한 번 비교해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꼼수를 비난하다가 그 꼼수에 대응하는 같은 꼼수를 쓴다"며 당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했다. 대선후보 시절인 2022년 2월에는 “위성정당 문제는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강조한 맥락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에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날 다시 준연동형 유지로 입장을 바꾸면서 '준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이 먼저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고 한 데 대해선 “틀린 말"이라며 “국민의힘의 비례 제도에 대한 입장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준연동형 적용 대상 의석이) 30석이냐, 40석이냐, 그게 필연적인 이유가 있나"라며 “당장 연동형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세 줄로 설명할 수 있겠나"라고 기자들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저도 봐도 헷갈리니, 국민들께서 자기들 표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 아실 수 없다"고 준연동형 제도의 복잡한 산식을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5000만이 큰 영향을 받을 선거의 선거제를 이재명이라는 한 사람의 기분에 맞춰서 정한다는 게 정말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4년 전 총선 직전 도입된 이 제도가 소수당의 원내 진입과 민주당이 추진한 공수처법 처리를 주고받은 '야합'이었다고 상기시킨 뒤 “결국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으로) 정의당의 뒤통수를 쳤다"며 “그 과정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