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적용할 선거제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에 대한 당론을 현행 '준(準)연동형' 유지로 사실상 결정하고 범야권 위성정당 추진 방침을 밝혔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의 이같은 방침으로 4.10 22대 총선도 4년 전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꼼수 위성정당' 출현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국민의힘은 이미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창당 수순에 돌입했다.
녹색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군소정당과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등 제3지대 신당들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의 의석확보 전략을 고민하게 됐다.
이재명 대표는 5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내부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자 이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기로 했고, 이 대표는 고심 끝에 이날 준연동형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
준연동형은 비례대표 의석 총 47석 가운데 30석의 경우 지역구 선거 결과 및 정당 득표율을 함께 반영해 배분하는 제도다.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식이다. 나머지 17석은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하지 않는 병립형으로 채운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 및 비례성 확대 명분으로 지난 21대 총선 때 민주당 단독 결정으로 도입됐지만 '꼼수 위성정당' 출현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63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84석을 각각 차지하고 두 정당의 비례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각각 17석, 19석을 가져갔다. 군소정당은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에 그쳤다.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도 참여한 비례연합정당이긴 했지만 비례 후보로 공천받은 인사 대부분이 민주당으로 복귀하면서 결국 양당 중심 체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20대 총선에서 적용한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으면 위성정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왔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주장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될 경우에 대비해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해왔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명칭을 '국민의미래'로 정하고 지난달 31일 온라인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 마친 상태다.
원내 1·2당 모두 비례용 위성정당을 공식화하면서 거대 양당 체제가 22대 국회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3지대에서는 국민의힘 출신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민주당 출신 이낙연 대표와 민주당 탈당파가 이끄는 새로운미래 등이 세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에 나선 만큼 '준연동형 비례제'를 통한 군소 정당들과 제3지대 정당들의 의석 확보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이들 정당이 자체 지지율과 연대·합당시 지지율 등을 고려해 이합집산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 이재명 대표 “準연동형 비례제로 승리의 길 찾을 것…통합형 비례정당 추진"
이 대표는 이날 “위성정당 금지법을 거부한 여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총선 승리를 탈취하려고 한다. 안타깝지만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며 “거대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다른 쪽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해서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내겠다.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으로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린다. 약속드린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결국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이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통합형 비례정당'에 대해 “절반쯤 위성정당이고 절반쯤은 소수정당의 연합플랫폼 형태"라면서 “반반쯤 섞여 있기 때문에 준위성정당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지역구 문제를 포함해서 비례 선거까지 선거에 관한 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라며 “현실적으로 경쟁을 하다 어부지리를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당내 설득 작업에 대해선 “내가 최고위원회의 위임을 받아서 결정했지만, 당내 헌법기관의 집합체인 의원총회 의견도 당연히 들어야 한다"며 “당원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그러나 꼭 100% 당원 투표 형식을 취할 것인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동훈 위원장 “왜 5000만 국민이 李 대표 한 사람 기분과 눈치 봐야 하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 대표의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입장과 관련 “왜 오천만 국민이 이재명 대표 한 사람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나"라고 질타했다.
한 위원장은 “그 제도는 왜 그렇게 계산돼야만 하냐에 대한 논리적 필연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도 봐도 헷갈리니, 표가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들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입장은 분명하다"며 “다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언론도 마찬가지지만 오늘 아침 대부분 사람들은 권역별 비례제를 이재명 대표가 발표할 거라 예상했다. 반대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왜 한 사람의 의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모든 사람이 집중해야 하나.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4월10일 선거에서 심판하지 못하면 이재명 대표 눈치를 계속 보고 살아야 하는 민주주의 파탄이 더 심화되고 지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