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만2000원으로 서울시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가 졸속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취지는 좋으나 수도권 출퇴근자 모두를 담지 못하고 사용에 제한이 많아 '반쪽짜리'라는 불평을 사고 있다.
◇ “인천·경기 출퇴근 땐 못 써"
6일 시에 따르면 1회 요금 충전으로 30일간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공용 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 '기후동행카드'가 지난달 27일부터 시범사업 중이다. 대중 교통을 싼 값에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해 활성화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여 대기질 개선, 기후 변화 대응 등의 효과를 보겠다는 취지다. 시민들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지난달 23일 판매 시작 이래 모바일카드는 12만4000장, 실물카드는 19만1000장 등 총 31만5000장이 팔렸다. 아울러 약 21만명이 기후동행카드로 서울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했다.
문제는 사용에 불편이 많아 '졸속 시행'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인천시나 경기도와의 협력없이 시만 단독으로 도입하는 바람에 기후동행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범위와 지역 등이 '서울'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 카드는 서울시내 지하철(1~9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서울 면허 시내·마을·심야버스, 한강 리버버스, 따릉이(6만5000원 구매 시 가능) 등만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 지역이라도 신분당선 등은 제외된다. 서울 시내를 운행하더라도 경기도, 인천시 소속 회사의 버스는 이용할 수가 없다. 현재는 경기도 김포와 군포시, 인천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시는 적용영역을 과천, 안양 등으로 계속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약 125만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사용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12세 이상)는 총 141만98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출퇴근자를 장려한다는 차원에서 출시된 카드지만 '반쪽짜리' 카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고양시(16만3298명)를 비롯해 성남시(12만8860명), 부천시(10만5457명)는 인천시(16만4282명)와 맞먹는 10만명 이상의 출퇴근이 오가는데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경기 고양에서 서울 양재로 출퇴근하는 A씨는 “외근직이라 근무 중엔 기후동행카드가 도움이 되지만 출퇴근 때는 별도로 요금을 내야 하는 만큼 카드를 이중으로 써야 하는 단점이 있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과 경기도는 행정구역만 다른 것일 뿐 하나의 도시권으로 엮여있다"며 “하나의 도시권 단위에서 통용되는 교통카드가 있어야 하는 것이 맞고, 각 지자체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더 세밀하게 노선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해가면서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교통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연구 용역을 진행해 보완해 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 카드대란, 수요조사 실패 지적
이 밖에도 준비 부족 및 졸속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실물카드가 초기에 소진돼 '카드대란'을 불러일으켜 수요조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민간 중고거래 앱(당근마켓)에서 실물카드 3000원짜리를 1만원에 웃돈 줘서 파는 왜곡된 시장 형성까지 조장했다.
또 모바일 카드는 안드로이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아이폰 등 다른 운영체계를 가진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쓸 수가 없다. 심지어 안드로이드 운영 체계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서도 기존 삼성페이와의 충돌로 'NFC'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해 수수료(500원)를 내고 환불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물론 이는 시스템 오류가 아닌 휴대전화에 내장된 NFC 기능 비활성화와 다른 카드가 주 카드로 설정돼 발생한 일이지만 시가 사전 안내 등 꼼꼼한 준비를 하지 않아 이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릉이 무료 사용'도 기후동행카드의 주요 부가서비스로 홍보됐지만 번거로워 시민들의 불편이 나온다. 기후동행카드로 대중교통 수단에서 하차해 따릉이를 이용할 경우 1시간 동안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종료돼 다시 로그인을 해야한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예상보다 초반 구매가 많아 추가제작에 들어간 상태이고, 7일부터 15만장이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며 “매일 수량 체크 중이고 향후 판매추이를 지켜보고 물량을 지속 투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