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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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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전세제도는 왜 안 없어질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7 15:43

전세사기 급증에 전세제도 폐지 목소리 높아

국토부, 9년만에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부활 시사

기금 융자 지원 확대 등 통해 공모 리츠 참여 유도

“근본 해법 안돼…이자보다 싸도록 월세 낮추고 전세대출 폐지해야”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전세사기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민간임대사업을 카드로 내세웠다. 사진은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을 덮친 '전세사기'가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전세제도에 대한 근본적 문제 해결책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전세제도의 종말을 예고하고 민간임대주택사업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민간임대사업 확대론 전세제도를 없앨 수 없으므로 추가적인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뉴스테이 이어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확대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나라 특유의 주택 임대 제도로 지난 70여년 간 '대세'를 이뤄온 전세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최근 극심한 전세사기 피해 때문이다. 지난달 1월 4일 기준 전세사기피해를 신청한 피해자는 총 1만5486건이다. 인천시 미추홀구를 비롯해 서울 강서구, 화성시 동탄, 부산, 대전 등지로 크게 확산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피해자를 구제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공매 우선 매수권 부여 및 기존 임차주택을 공공임대로 제공, 최우선변제금 무이자 전세대출, 생계비 지원 등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1년 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동탄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정신과 클리닉을 방문하며 심신을 달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3월 떠들썩했던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오피스텔 등 250채를 보유한 임대인 부부가 파산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다.


당시 임대인 부부는 세금 체납 문제로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소유권 이전을 하라고 통보하고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달 초에는 경기 안산시에서도 도시형생활주택 147채가 무더기로 경매에 넘어가며 전세 세입자들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전세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장기민간임대주택 활성화를 대안으로 만지작 거리고 있다. 지난 5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서 전세에 의한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장기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이 양질의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때에도 정부는 전세제도를 대체하겠다며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들고 나온 적이 있다. 지난 2015년 1월 13일 국토부에서 시작한 사업으로, 전월세 시장의 비정상적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존 주택 분양이나 오피스 임대에만 주력하는 기업들을 주택임대시장에 끌어들인 것이다.


이번 박 장관이 언급한 장기민간임대주택 상품도 지난달 초 발표된 1.10 부동산대책에서 나온 '기업형 장기임대 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다. 기업 중심으로 등록임대주택(10년)이 확대될 수 있도록 기업형 사업자에게 세제 및 기금융자 한도를 상향하는 것이다.


또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의 규제를 최소화한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20년)도 신규 도입한다. 운영주체는 장기임대리츠로 한정하고, 장기임대리츠가 공모형일 경우 기금 융자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공모 리츠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령자에 특화된 '실버스테이'와 1인 가구 등 일반 청년 등을 위한 공유주택(임대형기숙사) 등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 사업모델도 마련한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장기민간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전세거래가 크게 줄었다.


정부는 또 최근 전세 보증금 보호 강화를 위해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여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놓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 전세 매물을 줄이고 있다.


◇ 전세제도 근본적 문제는 전세대출

그러나 장기민간임대주택을 통한 '전세의 월세화'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현재의 전세제도가 은행에 월세 수준의 이자 수준을 상환하더라도 전세이자가 월세보다는 월에 납부하는 금액이 기본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역시 기업이 공급하는 만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크다. 또 건설사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 등이 의무임대기간 종료 후 분양으로 전환될 경우 건설사가 얻는 수익이 커 건설사의 '일감 몰아주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는 전세제도의 근본 문제는 전세자금 대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세대출은 2012년말 8조 6000억 원에서 2022년 9월말 기준 171조 7000억 원으로 전세 대출이 약 20배 증가한 바 있다.


결국 전세대출이 전세가격을 올리고, 갭투자를 부추기며 최종적으로는 집값을 올린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위험으로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실험에 착수하고 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의 임대 가격을 내리지 않고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것은 건설사의 일감 몰아주기 수준 밖에 안 된다"며 “전세대출을 완전히 폐지해야 전세가격을 내릴 수 있고, 이어서 정부가 추구하는 집값의 하향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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