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4월 10일 이후 제 인생이 꼬이지 않겠나. 이기든 지든. 저는 그것을 알고 나왔다"며 “인생 자체가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놔야 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 결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고 기회가 되면 차기 대선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좁은 의미의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을 갑자기 당 대표로 불러올린 것"이라며 “그만큼 이번 총선 승리가 절실하니까 어찌 보면 제가 죽을 길인 걸 알면서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그만큼 총선에 집중할 것이고 그 외의 것은 정말 생각하지 않는다"고 깅조했다.
그는 “그 외의 것을 생각한다면 그 승리에 방해될 것"이라며 “그 이후 제 그림이 어떨 것인지에 대한 것은 제 머릿속에 없다"고 거듭 밝혔다.
자신이 제시한 '정치개혁' 의제들을 거론하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말한 처음은 아니지만, 그걸 실천한 처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아울러 정치개혁 시리즈를 언급하며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위원장의 정치개혁 시리즈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시 세비 반납,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 귀책 사유로 인한 재·보선 무공천, 국회의원 정원 50명 감축, 중위소득 수준의 세비 지급 등이다.
그는 이 같은 정치개혁 의제들의 실천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낙타를 쓰러뜨린 마지막 봇짐을 얹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라는 영미권 표현을 차용한 것으로, 무거운 봇짐을 지고도 버티는 낙타 등에 얹은 마지막 지푸라기가 '결정타'로 작용해 마침내 낙타가 주저앉았다는 의미다.
한 위원장은 “강한 진영대결 양상 때문에 각 당이 제시하는 정책들(에 대한 지지율)은 각 당의 지지율에 대부분 수렴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정원 축소와 세비 중위소득화 같은 국민의힘의 정치개혁에 대해선 국민의힘 지지율을 훨씬 넘는 압도적 지지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및 소통과 관련 “저와 그분이 신뢰 관계를 이렇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주고 생각이 다를 때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는 공적 지위에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관계는 여기서 낄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최근 갈등 및 봉합 관련 '윤 대통령이 자기 뜻을 관철하지 못했던 것이 맞느냐',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가 대통령의 당무 개입 아니냐'는 질문에 “일도양단으로 말할 것은 아니고 이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 “권력 실세여도 선거에 도움 된다면 불출마 말릴 것"
한 위원장은 공천 원칙으로 “깨끗한 공천,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을 제시한 뒤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후보가 이길 수 있는 지역에 나가 이기는 것"이라며 “몇 선 이상은 그만둬야 하고, 권력과 친하면 그만두고 하는 것은 이기는 논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권력의 실세, 의회 권력 핵심이 이길 수 있고 우리 당 선거에 도움이 되는 분이라면, 그분들이 불출마하겠다고 하면 집에 가서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목표에 대해선 구체적인 의석수를 제시하는 대신 “우리는 언더독(약자)"이라며 “열심히 따라 올라가고 있다. 우리는 승리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총선 목표로 과반인 151석을 제시한 것을 두고는 “180석을 가지고 있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위성정당을 띄워 사람 모으겠다는 분들이 왜 이렇게 소박한지 묻고 싶다"며 “이재명 대표의 총선 목표는 자기의 생존, 자기의 당권 유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151이라는 숫자가 그 점을 엿보게 해준다"고 꼬집었다.
◇ “李, 많은 거짓말 부끄러워 안해 충격적…대단한 정치력이지만 배우고 싶진 않아"
이재명 대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사 독재 청산' 발언에 대해선 “만약 검사 독재가 있었다면 이재명 대표는 지금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를 사칭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니 코미디 같다"며 “정치적인 공방, 날 선 공방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사회 시스템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자해적으로 그런 공방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쏘아붙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장단점을 묻자 “이 대표에게 안타까운 점은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런 식의 질곡과 파도를 거쳤는데 아직까지도 당 대표이고 당을 장악하는 것은 대단한 정치력"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그 정치력은 배우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 “쌍특검은 명백한 총선용 악법…野, 재표결 머리 굴리는 걸 보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선 “여러 가지 전후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기본적으로 저열한 몰카 공작이 맞다. 그림을 찍기 위해서 (가방을) 산 것이잖나"라며 “(몰카 촬영을) 어떤 의도로 했는지 이분들이 감추지도 않더라. 가방도 미리 샀고"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국회 '쌍특검' 법안 재표결 추진과 관련 “(민주당이) 이걸 재표결하는 자체에서 머리 굴리는 걸 보라"며 “어떻게 하는 게 득표에 도움이 되는지 기준으로만 움직이고 있다. 그런 문제를 감안하면 이런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 명백하고, 거부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다.
◇ “민주, 준연동형 위성정당 만장일치 의결은 코미디…북한인가"
민주당의 촟선 비례대표제 선출 '준(準)연동형 유지 및 위성정당 추진에 대해선 “축구하는 줄 알고 준비했는데, 선수 1명이 야구한다고 (바꿨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총회의 '준연동형' 만장일치 의결에 대해선 “코미디"라며 “얼마 전 북한에서도 99점 몇퍼센트 나왔던데, 100%라니 북한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만장일치로 할 걸 지금까지 왜 이렇게 지지고 볶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전부 동의했다는 건데, 왔다 갔다 하면서 거짓말하면서 대표한테 위임하겠다, 이걸 왜 한 건가"라고도 했다.
북핵에 대응한 우리나라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선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