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가방 의혹과 관련해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 전 일을 터뜨린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 의혹과 관련 유감이나 사과 등 표현은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신분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실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었나'는 진행자의 질문에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과 동향이고 친분이 있다고 얘길 하면서 (접근했다)"며 “대통령 부인이 누군가를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 계속 찾아 오겠다는 상대를 끊지 못한건 아쉽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저한테 미리 이런 상황을 얘기를 했더라면 저는 26년간 사정업무에 종사했던 DNA가 남아있기 때문에 더 단호하게 대했을 것"이라며 “제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상황 때문에 물리치지 못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드리기엔 지금도 시간이 짧은데 또 직접 제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기를 바랄 순 있겠지만 그것이 또 낳을 수 있는 부정적 상황도 있다"면서 “현재 관저에서는 그런 것(출입과 보안)이 잘 관리될 뿐 아니라, 선을 분명하게 (긋고) 국민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과 통화서 선거지휘·공천에 관여 않겠다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취임 무렵 통화에서 “선거 지휘나 공천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과 관련해 “최근 통화한 적은 없다. 가까운 사이였지만 제가 총선 끝난 후 보자고 했다"며 “정무수석을 통해 필요한 소통은 하지만 직접 전화를 하는 것은 한 위원장 입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 때 대통령실과 여당의 긴장관계가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사퇴 요구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 위원장은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나 당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사로이 판단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을 앞세워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의 당내 공천 과정에서 후광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후광이 작용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언론에서 일단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비대위원장 취임할 때도 당과 대통령실이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가 관건이라고 언론에서 계속 얘기를 하는데 대통령실 후광작용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수회담 없어진지 꽤 되지 않았나…여야 지도부끼리 얘기하면 만날 용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단독 회담'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여당 일원이기는 하지만,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별개로 되어있다"며 “영수회담은 우리 사회에서 이제 없어진 지 꽤 되지 않았느냐"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여야의 지도자끼리 이야기한다면 정당 지도부들과 충분히 만날 용의가 있으나 영수 회담이라는 것은 여당 지도부를 무시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좀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서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은 있지만 정치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야당 지도부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여당을 소홀히 하는 처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들 정상회담 소득 없었어…보여주기식 외교 안할 것"
윤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주장에 따라 판단하기 보다는 다양한 팩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해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 “역대 대통령들의 남북 정상회담은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며 “정치적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될진 몰라도 저는 선거 때부터 보여주기식 외교나 정치 일정은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회담을 하기 전에 인도적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며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하면 곤란하다.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양국 실무자들 간의 교류와 논의가 진행되면서 의제를 만들어놓고 결과를 준비해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핵 개발과 무장에 대한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에 비춰봤을 때 마음만 먹으면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핵 개발을 추진하면 다양한 경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다. 우리는 핵확산방지조약(NPT)를 지키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판결 상관없이 한·일관계 미래 나아가는 중"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강제징용) 판결 선고와 상관없이 한일 관계는 이제 복원이 됐고 또 미래를 향해서 지금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기시다 총리에 대해 “정직하고 성실하다"며 “매사에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고, 합의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지도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라는 것이 그렇게 왔다갔다하지 않는다"며 “한미관계는 동맹을 더 강화하고 업그레이드 하느냐의 문제지, 큰 (문제) 없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일 3국 간 협력에 대해서는 “핵 위협에 대한 공조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지역에서 삼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하자고 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밝혔다.
한중 관계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서는 “한중 교역관계에서도 특별히 문제없다"며 “요소수 사태는 있었지만 빠른 시일 내 문제가 관리되고 한중관계에 있어서 우려할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중국 간의 국정기조와 대외 관계의 기조는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