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가 대형건설사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에 나섰지만 공사비를 다 투입한 후에도 회수하지 못해 엄청난 금융 비용까지 지불하고 있는 '악성미분양'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대구에서 앞으로 계획된 물량이 많은 일부 1군 건설사들의 경우 미착공·브릿지론 단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열사들의 보증을 받아 대규모 차입에 나서는 등 진땀을 흘리고 있다. 건설사들은 대폭 할인 및 계약금 환불 보장제 등 대대적인 미분양 털기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새다.
◇ 미분양 물량 적체 심각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구의 주택 미분양 물량은 지난 12월 기준 1만245가구로 전국 전체의 16.3%(6만2489가구)를 차지한다. 대구의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의 4.5% 정도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044가구로 전체 지난 2022년 말 281가구보다 3.7배가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아파트가 잘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2월 1만3987가구로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들긴 했으나 10개월간 겨우 3742가구만 소진됐다.
이는 물론 과잉공급 때문이다. 통상 적정 수요량을 지역 인구의 0.5%로 보면 대구는 1년 적정 공급 물량이 1만가구에서 1만5000가구 정도다. 그러나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대구 입주 물량은 약 9만 가구로 연 평균 2만2500가구가 공급돼 적정 물량을 훌쩍 뛰어넘었다.
신세계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등이 대구에서 미분양 물량이 많이 남아 있는 대표적 1군 건설사들이다. 특히 이들 건설사들은 전국적으로 향후 수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구에서도 미착공·브릿지론 단계인 PF 사업장을 다수 진행 중이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순위권 분양에서 현대건설은 총 4곳 2364가구 중 1787가구 미분양, 현대엔지니어링은 총 1479가구를 분양해 149가구 미분양, GS건설은 총 2곳 1881가구 중 1480가구 미분양이 발생한 바 있다.
대우건설은 총 2곳 1741가구에서 1210가구 미분양, 포스코이앤씨는 총 2곳 653가구 중 405가구 미분양, 롯데건설은 1곳 470가구 중 352가구 미분양이 발생했다. 대구 사업지가 많은 신세계건설은 총 3곳 895가구에서 718가구가 미달이 났다.
◇ 분양할인·정액제·페이백 등 실시
이렇다보니 미분양 물량을 털기 위한 노력이 눈물 겹다. 대구 지역 미분양 물량을 판매중인 시행사들은 파격적인 할인분양을 내세우거나 계약률이라도 높이겠다며 1000만원 정액제를 활용하고 있다. 계약금은 보통 분양가의 10%이거나 10%씩 1, 2차로 나눠서 내는 것이 보통인데 1000만원으로도 집을 살 수 있다는 마케팅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엔 이조차 힘을 쓰지 못해 수분양자가 낸 계약금을 돌려주는 환급보장제마저 실시 중이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대구시 동구 효목동 위치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에선 중도금 대출이자 '후불제'를 중도금 '무이자'로 변경했다. 현재 페이백(paybck·보상환급) 4000만원도 지급 중이다. 신세계건설이 시공하는 수성구 수성4가의 고급아파트인 '빌리브헤리티지'(146가구)에선 분양가의 11~13%를 할인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는 계약금의 연 5%에 달하는 이자를 지원하고, 입주 전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을 돌려준다. 현대건설도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의 미분양 해소를 위해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등의 파격적인 세일즈를 진행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힐스테이트 동인'의 미분양 물량 판촉을 위해 계약금 1000만원 및 페이백 제도를 통해 사실상 공짜로 계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2차 계약금도 신용대출해주고 있다.
하지만 대구 미분양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올해 대구 입주물량이 2만4211가구 정도로 지난해 3만3621가구 이어 상당한 양이 공급된다"며 “부담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당분간 대구 분양시장은 지속 위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