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의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된다.
서울 강동 둔촌주공·강동헤리티지자이 등 약 5만 가구 주택 수분양자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원회는 21일 오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를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이번 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 및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국토위의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법안 의결은 지난해 1월 정부의 의무 폐지 방침을 발표한 뒤 13개월 만이다.
실거주 의무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입주가 가능해진 시점부터 2~5년 간 수분양자가 의무적으로 직접 거주하도록 하는 제도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 등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 2021년 도입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단지는 지난해 말 기준 둔촌주공(1만2000여 가구), 강동헤리티지자이(1300여 가구) 등 77개 단지 4만9796여 가구다. 이 가운데 이미 입주가 시작된 곳은 11개 단지 6544가구다.
실거주 의무는 당초 국민의힘이 당정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폐지를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전세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여야가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통과한 개정안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가 시작되는 시점이 지금의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된다.
여당 간사를 맡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현행 실거주 의무는 불법 투기를 차단·근절하자는 의미였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사유로 바로 입주하기 어려운 실소유자가 많았다"며 “논의 끝에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고금리하에서 어려움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최초 거주 의무 기간을 3년 유예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에 따라 그간 분양 받은 아파트에 들어갈 날짜를 맞추기 위해 기존 전셋집 계약 일정을 조정하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수분양자들은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통상 전세 계약 기간이 2년임을 감안하면 한 차례 전세를 내놔 세입자를 들일 수 있다. 집주인은 전세금으로 분양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실거주 의무 3년 유예가 둔촌주공 등 고가 아파트 살리기 법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둔촌주공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를 '올림픽파크크레온'으로 재건축하는 단지로 오는 11월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국토위 소위는 이날 불법 건축물과 관련해 이행강제금 부과 감경률을 현행 50%에서 75%로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축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