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으로 부동산 사업하던 기업들이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내던지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였던 '부동산 투자는 불패'라는 말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 없이 과도하게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한 시행사와 시공사가 곡소리를 내며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고위험 투자군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고금리 대출과 대출 연장 만기 우려, 미분양 속출 등이 건설사의 자금줄을 꽉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사 폐업 수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에는 1736개사, 2022년에는 1901개사, 지난해는 2347개사가 폐업했고, 올해는 그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올해 56개사가 폐업했고 다섯 곳은 부도를 냈다. 최근에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의 유수 건설사도 줄줄이 법정관리 행에 접어들기도 했다.
총선을 기점으로 한 '4월 위기설'도 확산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30위권대 건설사를 포함한 17개 건설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 근거는 부족하나 그만큼 건설경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남의 돈을 귀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실감케하는 현실이다. 앞으로 부동산 PF는 현재 5%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에서 20% 이상까지 끌어올리도록 재구조화가 추진되는 분위기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면 분양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고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리스크 관리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벌어진 PF 부실사업장의 대수술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다. 선순위 채권자(1금융권)와 후순위 채권자(2금융권 등)간 입장차가 있고, 이 외 수많은 이해 주체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엔 시간이 걸린다. 건설업계에선 이자 감당이 어려우니 정부와 금융권에서 일시적 유동성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21년 전까지 부동산 시기에 무분별하게 인허가를 내줬고, 금융권도 건설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고 부추긴 책임도 있으니 고통을 분담하자는 입장이다.
부실 사업장을 조속히 정리해 시장을 정상화시키려면 이해 관계자들이 한 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취득세, 양도세 등 세금을 절감해서 다주택자의 활로를 열어줘야 하고, 금융권은 건설사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의 금리를 책정하고, 건설사는 수분양자를 위해 분양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계약금 할인 및 중도금 무이자 등을 실행해 미분양 해소에 힘을 써야 한다. 이래야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고, 하향 안정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양보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은 긴 시간 방황을 겪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