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천 파동' 수습 불가 상황에 직면했다. 당내 비이재명(비명)계의 반발을 비롯해 경선에 탈락한 후보자들의 단식 투쟁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불공정 논란에 대한 이렇다 할 해법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중량급 인사들의 공천 여부가 불씨로 남아 있다. 이들의 심사 결과에 따라 계파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오후부터 자정까지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갈등 문제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친이재명(친명)계 김우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운영위원장의 경선 참여가 논란이 됐다. 은평을 현역의원은 비명계 강병원 의원이어서 '친명 자객'이라는 지적이 거셌지만 경선을 그대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은평을 출마가 부적절하다며 반대 의견을 적극 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공천은 1년 전 확정한 특별당규에 의해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그대로 했다.
최근 당내에서도 현역 평가 '하위 20%' 통보를 계기로 비명계 공천 학살 논란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앞서 발표된 1차 경선 결과와 '컷오프'에 반발한 현역 의원들의 탈당도 이어지면서 공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비명계 송갑석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아예 뒤집힌 운동장 같은 느낌"이라며 “단수공천된 현역 51명 가운데 지도부나 당직자가 아닌 사람은 6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위 10%에 포함된 비명게 설훈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어제(25일)까지 단수 공천받은 의원 50명 중에 험지인 부산·경남 10명을 빼고 40명 중에 단수 공천 특혜를 받았다고 할 사람은 비명계에서 윤건영 의원 단 한 명 뿐이고 나머지는 다 친명인데 이게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며 “(나머지) 비명 의원들은 다 지금 경선을 하도록 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는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이다. 조만간 저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하며 탈당을 암시했다.
다만 설 의원은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 신당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 상의를 해야한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지금 저랑 같이 생각하는 분이 몇 분 있다. 결심한 분이 몇 분 계시다“며 집단 행동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컷오프에 반발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노웅래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미 다 결론을 내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뭐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고 짜놓은 대로 인위적인 공천을 한다는 게 보인다"고 꼬집었다.
공천 갈등의 수위가 고조되는 가운데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당내 중진급 인사들의 공천 여부가 숙제로 남아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여부는 계파 간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이 큰 문제다. 현재 비명계는 임 전 실장을 중·성동갑에 전략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략공관위를 압박하고 있다.
당은 임 전 실장에게 서울 송파갑 출마를 권유했으나, 임 전 실장은 옛 자신의 지역구였던 중성동갑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상황이다.
비명계 일각에선 공천 갈등 수습책으로 조정식 사무총장 등 친명 지도부 인사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나왔지만 조 사무총장은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총선 준비 전체를 흔들려는 것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고 항의한 바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언주 전 의원 공천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들을 '여전사 3인방'으로 지칭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접전지에 전략공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 전략공관위는 이번 주 중으로 이들에 대한 공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