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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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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못지 않은 ‘리모델링’, 서울시 규제에 발목 잡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28 15:00

서리협, 성공적 리모델링 준공단지 ‘개포더샵트리에’ 선봬

필로티 규제로 발목 잡힌 리모델링, 이 단지서 안전성 입증

탄소중립 및 주택공급 속도전 위해 리모델링 규제완화 목소리

개포더샵트리에

▲개포우성9차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통해 개포더샵트리에로 탈바꿈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멀쩡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부수지 말고 리모델링하는 것도 신축과 다름없이 안전하고 깨끗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탄소 배출도 훨씬 적어 친환경적이고 에너지·자원도 적게 든다. 하지만 1층 필로티에 대한 규제 강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28일 서울 강남구 소재 '개포더샵트리에'에서 만난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서리협) 관계자의 말이다. 이 아파트는 기존 개포우성9차 아파트를 포스코이앤씨가 맡아 리모델링하면서 신축 못지 않은 깔끔하고 안전하며 넓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주택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 '개포더샵트리에' 안전규제 없이도 필로티 성공 준공

이 아파트는 1991년 준공된 232가구의 단지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지난 2021년 12월 재탄생하게 됐다. 이 단지는 최근 도시정비사업 1인자로 꼽히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했다.


개포더샵트리에 전신인 개포우성9단지는 공사 전 용적률이 249.33%로, 인근에 위치한 개포우성3차(용적률 179%)와 경남아파트(174%)에 비해 높아 재건축을 할 만큼 사업성이 나오지 않자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처음엔 '새 아파트'를 원했던 주민들은 리모델링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막상 공사가 마무리되자 높은 만족도를 표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예컨대 가구당 실사용 면적은 74~78㎡였다가, 이후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으로 121~130㎡까지 늘어났다. 또 기존 1층은 필로티를 적용해 관리사무소와 노인정, 어린이집, 어린이도서관 등 주민 공용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주차대수도 늘어 한결 편해졌다. 기존 세대 당 0.52대가 1.31대로 대폭 증가했다. 노후 아파트 단지의 고질적 문제인 배관과 소방시설 등을 전면 교체해 모든 시설이 신축 수준으로 변신했다.




생각만큼 주민들의 부담도 크지 않았다. 1가구당 부담금이 약 4억원이었다. 리모델링의 경우 재건축과 달리 아직 공공기여 몫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별동 증축이나 수직 증축을 통해 일반 분양 물량을 확보해 수익도 낼 수 있다. 최근엔 강남 일대 재건축 예정 아파트들이 공사비 급등으로 개발이 지연되고 1가구당 수억원의 부담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리모델링 단지의 안전성과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 “땅속에 기둥과 흙막이벽을 먼저 만들어 기초를 지키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거꾸로 시공(역타공법)하는 방법으로 지하주차장을 만들었고, 1층을 필로티로 한 수평증축으로 시공을 했음에도 안전성이 입증된 단지"라고 말했다.


개포 필로티 구조.

▲개포더샵트리에 1층 필로티 공간에 설립된 경로당 및 관리사무소 전경.

◇ 오히려 규제 강화하는 서울시

문제는 이같은 효율적이고 친환경·지속가능한 주거 환경 개선 방식인 리모델링에 대해 오히려 정부나 지자체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리협 측에 따르면 서울 지역 리모델링이 최근 안전 규제로 사업 추진이 늦춰지고 있다.


우선 수직 증축은 안전성 검토를 두 번이나 하도록 돼 있어 조합들이 꺼리고 있다. 특히 최근 법제처의 해석으로 시가 1층을 필로티 구조로 리모델링할 경우 이를 수직증축으로 간주하하면서 사업 속도를 저하시키고 있다. 수직증축 없이 1층을 필로티로 추진하던 단지는 사업을 원점으로 돌려 재추진해야 하는 만큼, 준공도 1~3년 정도 늦춰질 예정이다.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은 철거, 시공 과정에서 재건축 대비 탄소배출을 48%나 저감할 수 있다"며 “노후 공동주택은 리모델링 시 난방에너지 소모량이 약 65~70% 감소될 수 있어 오히려 규제로 늦춰서 이를 방치하는 것이 안전과 에너지 절감을 위협하는 길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리모델링을 막는 것은 정부가 목표로 세운 주택공급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건축을 할 수 없는 단지는 리모델링이 필수인데 여기에 대한 일반분양 15%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시에서 리모델링 추진속도를 올리는 것에 고민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 서울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공동주택단지는 약 130여 개에 달한다.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내 전체 공동주택 단지 4217개 중 3087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진행해야한다는 수요예측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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