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로 유명한 글로벌 증강현실(AR)게임 전문기업 나이언틱의 존 행키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공식적으론 첫 방한이다. 그는 엔데믹 여파로 한파가 불고 있는 글로벌 게임 시장이 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을 기반으로 한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행키 대표는 13일 서울시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이언틱은 구글의 사내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2015년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미국의 AR 게임·서비스 개발사다. 주력 게임인 포켓몬고는 출시 7개월 만에 글로벌 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선 글로벌 히트작이다.
행키 대표는 이날 AR 게임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XR, AR 게임을 개발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며 “비교적 새로운 플랫폼이기 때문에 아직 베이스는 작게 형성돼 있지만 게임산업의 성장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감형 기술과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들과의 연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를 활용해 나이언틱은 물론이고 글로벌 게임 산업 전반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행키 대표는 이날 현장에 선글라스 브랜드 라이방과 메타가 협업해 만든 AR 글라스를 착용하고 인터뷰 현장에 나타났다.
행키 대표는 “2024년은 AR 글라스의 해가 될 것이고, 한국의 전자 기업들도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애플 비전 프로나 메타 퀘스트 같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경험이 생성되고 있고 이는 게임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행키 대표는 특히 인공지능(AI)과 AR의 융합에 주목했다. 실제 나이언틱은 애완동물 수집게임 '페리도트'에 거대언어모델(LLM)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게임의 현실성과 몰입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올해도 AR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행키 CEO는 “포켓몬고를 비롯해 여러 게임에 새로운 AR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며, 서드파티 개발에 대한 지원과 AR 맵핑 기술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엔데믹 여파로 글로벌 거대 게임사들이 경영 악화를 겪을 때 나이언틱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주력했다. 올해 새로운 신작 계획은 없지만 기존 주력작인 포켓몬고의 글로벌 서비스 강화에 힘쓰는 동시에 지난해 출시한 '몬스터 헌터 나우'에 집중할 계획이다.
행키 대표는 “코로나19로 많은 테크 기업이 정부 지원 등을 통해 급격히 성장했다. 엔데믹 오면서 그 반대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것"이라며 “나이언틱도 지난해 말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올해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더 이상 기업 차원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키 대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게임 산업 혁신의 최전선이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게임마켓을 보유하고 있고 특히 문화적인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한국 지역 커뮤니티 등에 대한 투자와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지사 설립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지난 11일 저녁 한국에 도착한 그는 12일 국내 테크 및 콘텐츠 기업들과 비공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박 3일간의 짧은 방한일정을 마치고 이날 저녁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