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3주 앞두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당정 갈등이 확전되는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과 이종섭 호주 대사의 거취를 두고 공개적으로 입장 차이를 표출하면서다.
여기에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놓고 당내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이 잇따라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갈등 전선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비대위원장은 '이종섭·황상무 논란'과 관련해 “기존(입장에) 변함없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수석과 이 대사에 대한 논란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는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며 “국민들께서 총선 앞에 다른 이슈보다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 대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전날 임명과 출국 과정엔 문제가 없고 법적 절차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고위공직자수사처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 위원장 생각과 같다.
다만 이 대사의 귀국 시점에서 입장이 달라진다.
한 위원장은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소환도 안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건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기자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 수석 거취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과 당의 시각 차이가 명확히 갈린다.
앞서 한 위원장과 나경원·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등은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공개 촉구했지만, 대통령실은 황 수석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퇴 요구엔 선을 긋고 있다고 알려졌다. 오히려 이를 문제 삼고 잇는 야권 공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이 대사나 황 수석에 대한 거취 표명이 없을 경우 여당으로서는 악재를 안은 상태로 총선을 치러야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대통령실과 제2의 갈등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제기된다.
당정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위성정당 비례대표 명단도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친윤계 중진 의원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비례대표 명단과 관련해 “국민과 한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며 호남 인사 등의 배치 순서에 문제를 제기했다. 권 의원이 같은 친윤 이철규 의원에 이어 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비례대표 공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례대표 순번 지정에 대해 “헌신해 온 동지들이 소외됐다. 실망감이 크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문재인 정권에 저항하며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동지들이 소외된 데 대해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 의원과 이 의원의 공개 비판에는 한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만 기류가 투영된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 위원장은 비례대표 명단에 대한 지적에 대해 “제 친분 가지고 들어간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그걸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비례대표 명단에서 호남 홀대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을 두고 “비대위에 박은식·김경율·한지아 등 호남 출신들의 유능한 사람을 많이 기용했고, 제가 (비례대표 명단을) 보고받은 걸 보면 호남 출신 인사가 상당히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철규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어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취지'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 글에 사천이라고 느껴진게 있었냐"며 “호남에 안돼서 좀 안타깝고, 우리 당직자들이 하나도 안들어가서 안타깝고, 납득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들어왔으니까 의아스럽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메시지냐는 질문에는 “누가 그러냐"며 “제가 (윤 대통령의) 하수인이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