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가 공무원 초과근무 상한을 확대하고 승진 소요 기간을 줄이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에 속하는 저연차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민생 현장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6급 이하 실무직 국가 공무원 2000여명 직급을 상향 조정한다.
이에 따라 일부 9급과 8급 보직은 업무 특성에 따라 각 8급과 7급으로 변경된다.
기존 9급이 하던 업무 중 높은 급수에 적합한 직무를 8급 직무로 변경하고, 9급 공무원이 승진 등을 통해 해당 업무를 맡게 하는 것이다.
지방직 9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승진소요 최저연수'도 저연차 성과 우수 공무원이 승진 임용될 수 있도록 현행 13년에서 8년으로 단축한다.
7급에서 6급으로 근속 승진 역시 앞으로는 규모를 7급 11년 이상 재직자 50%로 늘리고, 승진 심사 횟수 제한도 폐지한다. 기존 7급에서 6급으로 근속승진은 40% 규모에서 연 1회 가능했다.
재난·안전 분야에 2년 이상 계속 근무한 공무원은 '승진임용 배수범위' 적용을 면제하고 근속 승진 기간도 1년을 단축해 심사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가 행사 지원 등 사유로 주말·공휴일 근무하는 국가직 공무원에 대한 초과수당 보상도 강화한다.
지자체별로 달랐던 행사 차출 초과근무 수당 기준도 표준화해 반일(4시간) 6만원, 4시간 초과 시 1일 상한액 12만원 범위에서 근무 시간에 비례해 수당을 주기로 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초과근무 상한 시간'을 현행 '일 4시간·월 57시간'에서 '일 8시간·월 100시간'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받을 수 있는 수당액이 더욱 늘게 된다.
또 공무원 보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범정부 건강안전 협의회를 구성하고, 마음 돌봄이 필요한 공무원에는 진료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위험직무순직 일반직 공무원도 경찰·소방과 마찬가지로 보훈부 심의 절차를 생략하고 국가유공자로 등록 가능토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공무원이 위험직무순직 등으로 특별승진된 경우에는 승진한 계급으로 재해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일·가정 양립' 방안도 나왔다.
정부는 육아시간을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양육 공무원에게 36개월간 1일 2시간씩을 부여하는 것으로 확대한다. 기존에는 5세 이하 자녀 양육 공무원에게 24개월간 1일 2시간씩 줬다.
셋째 자녀부터는 돌봄휴가 유급 일수를 하루씩 더 부여하고, 재직기간 4년 미만 공무원 연가일수를 현행 12일에서 15일까지로 확대한다. 의무휴가 외 사용하지 못한 연가를 저축해 추후 사용하는 '저축연가' 소멸시효를 없애기로 했다.
이런 대책은 주로 청년층인 저연차 공무원들 불만을 다소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근속 5년 미만 공무원 조기 퇴직자 수는 2019년 6663명에서 2020년 9258명으로 크게 늘었다.
2021년에도 1만 693명, 2022년 1만 3321명으로 늘어 2019년 2배에 육박했다.
이날 방안도 민생 현장을 지키는 6급 이하 공무원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만큼 월급·연봉 등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결과적 보상보다는 과정에서 차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험 향상'이 주요 타깃으로 보인다.
일례로, 업무 집중 여건 조성 방안에는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안도 담겼다.
국가공무원의 경우 고졸 인재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야간대학의 전공학과 개설을 새롭게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공무원을 위해서는 '선취업 후진학'을 지원하는 '공무원 학사과정 야간 위탁전형'과 공무원 직무경력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직무경력 학점인정제'를 도입한다.
또 국가직 청년공무원 대상 국외 훈련과정을 신설하고 학사 취득 목적 연수 휴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 자기 계발을 위한 휴직 재직기간 요건도 5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방안이 저연차 공무원들이 체감할 정도의 변화를 끌어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낮은 하위직 공무원 보수 개선에 대한 언급이 없고, 경직된 조직문화도 어떻게 바꿔낼지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