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제3지대 후보로 나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정권 심판론과 양비론을 적정선에서 혼합해 주장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 대표가 직전 선거까지 '보수 여당' 대표를 지냈던 만큼, 과거 행적이나 발언과 거리가 있는 메시지도 곳곳 노출되고 있다.
이 대표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는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 수도권 지역에서 큰 심판을 받을 거라고 이미 한 1~2년 전부터 예고해 왔다"며 “정권심판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잘하려면 실제로 지금까지 정권심판에 있어서 아픈 메시지를 꾸준히 내왔던 저희가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싸잡아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약간 치킨게임 같은 정치가 지금 한 3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며 “지금 대선과 재선이 그렇게 치러졌고 총선도 그렇게 치러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원하며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를 비판했던 메시지와는 반대 성격을 띤다.
그는 당시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토론회인데 지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같은 경우에는 많은 사안에 대해 양비론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정책 현안들을 놓고 토론하는 상황에서 양비론이 끼게 되면 오히려 토론의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 있어서도 지난 대선 때와는 거리가 있는 메시지를 폈다.
그는 이날 공영운 민주당 화성을 후보를 겨냥, “라디오 토론도 보면 '전화로 참여하겠다' 이렇게 얘기해가지고 번번이 지금 무산되고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동탄 주민들은 동탄의 문제가 중앙언론에서 다뤄지고 이런 것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지금 민주당 후보가 사실 침대 축구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민주당이 '후보 간 토론 확대' 취지의 제도 개편을 주장한 데 대해 “모든 입시제도는 시험제도와 관계없이 공부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이 대부분 다 성공한다"며 “민주당이 갑자기 그런 제도 조금 변경한다고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안철수 대표가 굉장히 노력 많이 한 모습을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였기 때문에 서울시장 토론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본다"며 “우리 국민들이 (토론을) 절대평가 한다고 했으면 유시민씨 같은 사람이 벌써 대통령 되고 남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런 '거대 보수당' 시절과 현재 '소수 야당' 입장 사이 괴리감은 개혁신당 정권 심판론 경쟁에도 적잖은 장애물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 본인 역시 “저 같은 경우에는 윤석열 정부에 의해 많은 탄압을 받고 실제로 개인적인 고초를 겪는 과정도 있었는데, 일부 유권자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정권 심판론이 유권자에 소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일부 인정했다.
아울러 이 대표와 그 측근 그룹을 주축으로 한 개혁신당이 선거 뒤 국민의힘에 복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만만찮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의 주요 멤버들이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가서 정치할 것이지 않나'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저는 개혁신당의 당대표로서 '전혀 그런 계획은 없다. 그리고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라고 말씀드리겠다"고 확언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지난 탈당·창당 과정에서 “소선거구제 비중이 높고 지역구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결국 경쟁을 통해 양당 체제가 새롭게 확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결국 제3지대가 기성정당을 대체하는 성과를 내는데 실패한다면 소멸할 것이라는 취지다.
그는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 결과에 있어서 아주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었다. 이는 국민의힘이 '무주공산'에 놓일 경우 재입당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