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명운을 건 여야의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31일 기준 254명을 선출하는 지역구 선거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인 국민의힘보다 다소 우위에 있는듯한 흐름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적용되는 비례대표(46명)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이 3파전 양상을 보인다.
남은 기간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의 전개와 막말 논란 등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사전투표를 포함한 전체 투표율도 승부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거대 양당은 이번 총선을 '이·조(이재명·조국) 심판'과 '정권 심판'으로 각각 규정하며 건곤일척 대결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생개혁과 정치개혁을 위해선 피고인 신분인 민주당 이재명,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국회 입성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조 심판이 민생"이라며 “범죄자 세력이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동시에 이종섭 주호주 대사 사퇴, 의제 제한 없는 의정 대화를 대통령실에 건의하는 등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을 고려한 적극적인 조치를 시도하고 있다. 가공식품 등의 부가세 한시 감면 등을 추진하며 민생 드라이브도 거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종섭·황상무' 이슈에 이어 '대파 발언' 논란 등으로 정권 심판 민심이 본격적인 탄력을 받고 있다고 보고 정권 심판론에 더욱 불을 지필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는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배반한 윤석열 정권을 주권자가 심판할 때가 됐다"며 “정부 심판이 대한민국 정상화와 민생 재건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강벨트와 낙동강벨트 등 격전지를 중심으로 심판론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말 한마디에 자칫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경계심에 '야권 200석' 같은 낙관론이나 '설화' 차단에도 애쓰고 있다.
양당 모두 '원내 1당'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지역구 254석 중 국민의힘은 80곳 안팎, 민주당은 110곳 이상을 현재 우세 지역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목표 의석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과반(151석) 의석이 목표다.
여론조사에서도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원론'에 앞서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전화 조사원 방식,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결과,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0%,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9%였다. 나머지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1차 분수령이 될 사전투표(5∼6일)는 당장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구 선거에 21개 정당이 출사표를 낸 가운데 국민의힘이 254곳 전 지역구에, 민주당은 246곳에 후보를 냈다. 녹색정의당은 17명, 개혁신당 43명, 새로운미래는 28명의 지역구 후보를 등록했다. 무소속 출마자는 58명이다.
정당들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총선에는 38개 정당이 253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거대 양당은 선거법상 금지 규정을 피해 가며 비례정당과 '한 몸 선거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와 함께 “국민만 보고 찍으세요" 선거운동을 펼치고,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과 '더불어 몰빵' 구호를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녹색정의당은 현 의석 6석 유지를 목표로 유일한 지역구 현역인 심상정 의원을 중심으로 노동·성평등·소수자 등 이슈를 부각하고 있다.
비례정당 지지도에서 약진 중인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연합과 경쟁하며 진보 진영 지지자들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제3지대에 속하는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은 각각 호남, 수도권을 중심으로 후보를 내고 '양당 심판론'을 내걸어 정당 투표에서의 선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남은 변수는 투표율, 막말 논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의료계 갈등 향방,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의 경우 역대 선거에서 60% 이상이면 민주당에, 그 밑이면 국민의힘에 유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인구 구조가 변한 만큼 투표율이 오르더라도 어느 쪽 지지층이 더 많이 투표장에 나오느냐가 중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 이슈를 놓고 대화의 물꼬를 튼다면 여당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끊이지 않는 막말, 말실수 논란도 막판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2년간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진 상황에서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이 같은 '여소야대' 지형이 바뀔지가 최대 관심사다.
원내 1당이 어느 당에 될지, 제1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지 등에 따라 정국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