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 총선 참패 엿새 만인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기조는 옳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 기조 전환보다는 소통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해당 메시지에 대한 전달 절차에서부터 '불통' 지적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TV 생중계된 용산 대통령실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취임 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또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면서도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반성했다.
윤 대통령은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며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좁힐 수 있도록, 현장의 수요를 더 정확히 파악해서 맞춤형 정책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 회생의 온기를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확산시키는 데까지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런 회생의 활력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많은 근로자들에게까지 온전히 전달되는 데는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도 원전 생태계 복원, 첨단산업 육성 등 정부 역점 정책들도 열거했다.
결국 옳은 정책을 국민들이 더 체감할 수 있게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축약되는 셈이다.
다만 이런 메시지가 나온 전후 과정에서부터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윤 대통령은 총선 다음 날인 11일 대국민 메시지도 대통령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날 메시지 역시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이 아닌 국무회의 중 모두발언 수준에 그쳤다.
이와 관련, 여권 안팎에서도 “역대 대통령 사례를 보면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사과했어야 했다"(안철수 의원), “(대통령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겸허하지가 않다"(이상민 의원), “형식의 면에서 좀 아쉬운 점이 있다"(신평 변호사)는 등 지적이 뒤따랐다.
모두발언 뒤에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추가 입장을 '대신'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야당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고 구체적인 정치적 행위로 나아가야 한다"며 “야당과의 협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들인 야권도 이날 윤 대통령 메시지를 거세게 비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불통의 국정운영을 반성하는 대신,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총선 민의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었다"고 질타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이 몰라봬서 죄송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대통령 자신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했는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하니 국민이 외려 사과해야 하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이동영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은 늘 옳다더니 총선에서 나타난 '정권 심판' 민심은 한낱 국민 체감이 부족한 결과인가"라며 “윤 대통령 능력의 한계를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