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전기차 저가공세에 테슬라마저 무너졌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 다양한 모델을 판매하면서 기존 기업들의 수요를 뺏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은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약 1만4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테슬라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업계는 테슬라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세계적인 '전기차 판매 둔화'와 더불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파격적인 '저가공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2020년 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 산업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 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연기관 대비 높은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면서 신규 고객 수요가 증가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투자를 줄이거나 전환 시기를 연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다양한 모델을 저렴한 가격에 국제 시장에 유통시키면서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2022년부터 유럽과 동남아, 남미 등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면서 시장 확대를 준비했고 지난해부터 결실을 맺고 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승용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합한 중국 신에너지차 수출 대수는 103만6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68.5% 증가한 수치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얼마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곳은 'BYD(비야디)'다. 비야디는 지난해 한 해 동안 302만4417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이는 전년 대비 61.9%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친환경 판매 1위에 오른 기록이다.
이처럼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현대자동차·기아 등 한국 자동차 기업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워낙 다양한 전기차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면서 경쟁 차종이 매년 늘고 있고 비야디의 한국 진출설이 꾸준히 나오면서 국내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적극적인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통해 시장에서 자리를 지킬 방침이다.
현대차는 경차 모델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인 '캐스퍼 EV'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차량은 2000만원대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들의 기대를 사고 있다.
이어 기아는 지난해 10월 EV3·4·5 등 저가형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 계획을 통해 둔화된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나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기아에 따르면 EV5와 EV4, EV3 등은 중소형 모델로 3.5만달러에서 5만달러의 가격대로 출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기아는 지난해 2000만원대 경형 전기차 레이 EV를 출시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KG모빌리티는 지난해 9월 LFP 배터리를 장착한 가성비 전기차 '토레스 EVX'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보조금 포함 3000만원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중국 내수 경쟁이 심화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수출을 지속해서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높은 상품성을 지닌 전기차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